난민 출신 축구선수, 의사 됐다…나딤의 끝없는 도전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카타르 도하의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 내 FIFA뮤지엄에서 만난 덴마크의 여자축구 레전드 나디아 나딤(34)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딤은 축구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10세 때 군인이던 아버지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이후 가족들과 함께 덴마크로 이주했다. 난민촌에서 축구 실력을 갈고닦아 덴마크 여자대표팀에 발탁됐고, A매치 103경기를 소화하며 FIFA 센츄리 클럽 멤버가 됐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파리생제르맹(프랑스) 등 명문 클럽을 거쳐 현재는 라싱 루이빌(미국)에서 뛰고 있다.
그는 현역 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시간을 쪼개 의대 과정을 이수한 끝에 올해 초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의사’라는 타이틀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나딤은 “축구가 가진 선한 영향력이 크지만, 의사가 돼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회활동가로도 착실히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전쟁을 겪고 난민촌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에 앞장선다.
나딤은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 미국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초 퀸,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 등과 함께 ‘팀 센츄리(team century)’ 멤버로 발탁됐다. FIFA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진행한 ‘세기의 골(goal of the century)’ 캠페인에 참여해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를 매개체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과 뜻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 시절 TV로만 지켜보던 로타어 마테우스(독일), 카푸(브라질),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등 전설들을 월드컵 기간 중 직접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그는 “난민촌에서 축구를 처음 접한 이후 사랑에 빠졌다. 이제껏 함께 한 수많은 동료들과 성장 배경, 종교, 문화, 인종에 상관없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딤의 목표는 ‘멀티 골(goal)’이다. 축구선수로서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의사로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면서 사회활동을 병행해 불우한 이웃에게 새 희망을 주는 게 꿈이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언급한 그는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나아가 생명까지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 같은 존재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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