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격 방미 전날…메드베데프, 시진핑 찾아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개전 후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을 전격 방문해 패트리엇 미사일 등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직전 베이징을 예고 없이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러 협력을 굳건히 했다. 이들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300일을 맞아 성사돼 전쟁에 새로운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고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다고 20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번 방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두 번째 백악관 방문이며,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항공기는 물론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핵심 자산’인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해 약 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미국이 사거리 70~80㎞로 항공기나 미사일에 대한 장거리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그간 미국이 지원한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호크, 스팅어, 무인항공기(UAV) 장비를 포함해 다른 형태의 방공 지원도 계속해서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2023년 연방정부 예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449억 달러 규모 지원을 초당적으로 합의해 반영한 뒤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과 동맹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지원 및 훈련 제공,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수출 통제 강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및 에너지 분야 지원과 인도주의적 원조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고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들과 미국 국민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하는 연설을 한다. 이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 미국에 머무는 시간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공급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평화 협상의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시 주석이 21일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베이징 조어대(釣魚台) 국빈관에서 만났다고 관영 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시대의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양측이 각자의 국정에 기초한 장기적인 전략적 선택”이라며 “중국은 러시아 측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중·러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공동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중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 주석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비서실을 인용해 “친서에는 러·중 간 유례 없는 정치적 교류 및 실질 협력 수준에 대한 언급과 지속적 관계 발전에 대한 확신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영·신경진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루 아닌 내가 운전"…여성 프로골퍼, 범인 도피 혐의 검찰 송치 | 중앙일보
- 한파 헤치고 달려간다…외신 놀란 '한국 겨울 7대 불가사의' 축제 | 중앙일보
- SNS 통해 만난 소녀 8명, 노숙자 살해…경찰 "스워밍 의심" | 중앙일보
- [단독] 건보료 개편 무슨 일…하위층 더 내고 중상위층 덜 낸다 | 중앙일보
- “오바마 연설, 이건 명작!” 낯뜨겁게 살랑거린 美 언론 | 중앙일보
- 김고은·손흥민, 열애설 전말...비공개 SNS 주인, 장희령이었다 | 중앙일보
- 이재명판 국민청원 100일…참여율 저조한 '개딸 놀이터' 전락 | 중앙일보
- 검찰, 김만배 일당 1000억 찾았는데…용처 모를 80억 또 나왔다 | 중앙일보
- 아바타1 때 이어 또...아바타2 보던 관객, 심장마비 사망 | 중앙일보
- 박근혜 화냈던 일본 아소의 망언...윤석열 대응은 달랐다,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