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생수 훔친 여성에…경찰은 오히려 생필품 전달했다
무인점포에서 컵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을 훔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정신장애로 인해 경제적인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생활고를 겪게 되자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21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12월 초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무인점포에서 10여일간 16차례 컵라면과 생수 등을 절도한 50대 여성 A씨가 체포됐다. 피해 금액은 총 8만원 남짓이다.
해당 점포의 폐쇄회로(CC)TV에 담긴 A씨는 물건을 품에 안고 잠시 머뭇거리며 카운터를 그대로 지나쳤다. 무인점포 특성상 주인이 없다 보니 아무런 제지 없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A씨는 같은 점포에서 물건을 한 번에 가져가지 않고 여러 번 조금씩 가져간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발견한 점포 주인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절도범의 인적 사항을 특정한 뒤 A씨의 거주지인 한 고시원에서 A씨를 체포했다.
조사결과 A씨와 A씨 남편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경제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1.5평 정도 작은 방에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이같은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진술에서 “가지고 가면 안 되는 걸 알았는데…. 배가 고파서 계산도 하지 않고 가져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안타까운 마음에 이들 부부에게 생필품을 전달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피해가 발생했으니 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도 “사는 곳을 보고 나니 너무 안타까워 행정 기관에 연락하고 범죄에 내몰리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생활고로 인한 생계형 범죄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부산 전체 절도 발생 건수 중 생계형 범죄로 추정되는 10만원 이하 소액 절도건 발생 비율은 26.7%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32.2%, 지난해에는 36.9%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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