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봄’은 증시에서…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중국과 홍콩 등 범중화권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해 주요 대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자 중국이 단단히 걸어 잠갔던 ‘방역 빗장’을 상당 수준 해제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내년 3월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전후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면 폐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3연임을 확정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한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양회를 계기로 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시기를 나눠 분할 매수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외국계 IB “중국 주식 살 때”
중국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는 3170선을 오르내린다. 2900선까지 밀렸던 지난 10월 말보다 10%가량 올랐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범중국 증시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지난 10월 말 저점 대비 홍콩 항셍지수는 35%,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36% 뛰어올랐다. 올 상반기 내내 추락하던 중국 증시가 반전에 성공한 것은 최근 코로나 방역 완화 조치가 잇따른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월 말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시위’가 연이어 발생하자 방역 정책의 기조를 바꿔 통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월 6일 중국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연 뒤 7일 국무원의 제로 코로나 철회 10개 조치 발표, 12일 재정부의 7500억위안(약 140조원) 규모 ‘특별 국채’ 발행 등 방역 완화와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베이징, 청두, 톈진, 선전,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는 대중교통 이용 때나 공공장소 출입 시 의무였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확인을 중단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12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 코로나 방역 정책의 기조 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도 높은 통제로 내수 부진 우려가 심각한 점, 시 주석의 3연임 성공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치적 선전 필요성이 줄어든 점 등의 요인에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방역 관련 시위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IB의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히 달라졌다. 블룸버그·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모건스탠리는 중국 증시 투자 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중국 지수와 CSI300지수 수익률을 16%로 예상하며 중국 비중 확대를 조언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MSCI 중국 지수 목표치를 기존 59에서 70으로, 항셍지수는 1만8200에서 2만1200으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MSCI 중국 지수가 내년에 10%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관 투자자인 펀드매니저 시각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7일까지 블랙록, 골드만삭스, 아문디 등의 펀드매니저 134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중국 증시 매수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리오프닝 속도 조절 가능성도
현시점에서 투자자 고민은 중국 주식 비중을 더 늘려도 되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매수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중국의 코로나 확산 추이를 살펴 내년 1분기를 비중을 늘릴 기회로 삼으라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방역 기조 완화로 내년 1분기 중 본토를 중심으로 코로나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 앞서 주요 선진국과 한국이 그랬듯 리오프닝 이후에는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는 단계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년 1분기를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분석이다. 내년 중국 증시는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 이후로 갈수록 상승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관건은 앞으로 중국의 코로나 확산이 어느 정도 강도로 나타나느냐다. 삼성증권은 중국의 리오프닝이 크게 3단계를 거칠 것으로 봤다. PCR 의무 해제(자가진단, 신속항원 등)와 봉쇄 완화(감염자 자택 치료, 지역 봉쇄 폐지) → 백신접종률 제고와 코로나 전염병 등급 다운그레이드 → 이동 제한 폐지·국경 개방의 순서 등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연초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주식 시장은 리오프닝과 경기 부양(부동산 부양)에 대한 기대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으나 관건은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중 코로나 확산 속도가 높아지면서 주가의 조정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리오프닝 과정에서 유심히 살펴볼 대목은 치명률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20% 감염률과 인구 대비 사망률 0.1(글로벌 평균)~0.3%(미국, 영국)를 적용할 경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소 100만~500만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150만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추정대로라면 중국의 의료 시스템 난맥상이 부각될 수 있으며 리오프닝 속도 조절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국 정부 계획은 1월 말까지 80세 이상 인구 접종률 90%, 60~79세 인구 접종률 95%가 목표지만 지난 11월 기준 중국 80세 이상 접종률 65.7%, 부스터샷(백신 강화 접종) 40%로 여전히 간극이 큰 상태다. 실제 방역 완화 조치를 계기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현지 병원의 압박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춘절 이후 본격 집단 감염이 시작될 경우 접종률과 위중증 비율에 따라 리오프닝 중단과 재개 과정이 선진국 대비 더 빈번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리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이는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방역 완화 조치 이후 전문가들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에 관한 기대치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기존 5%에서 5.4%로 상향했고, 중국 국무원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5.1%로 내놨다.
전종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대유행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탄력적인 부분 봉쇄 대응이 재개될 수 있지만 이 또한 2분기 정상적인 리오프닝을 위한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며 “코로나 확산에 의한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리오프닝은 비가역적으로 시행될 것이고 2분기부터 이연 소비 확대와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1분기 주가 조정이 나타날 경우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환 애널리스트도 “내년 1분기 중국과 홍콩 증시는 리오프닝 속도와 현실의 간극으로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내수 부양책과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를 고려해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행, 면세 업종 주목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내년 중국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의 상단을 각각 3700과 8000선 정도로 내다본다.
우선 주목할 업종은 내수 소비재와 과잉 재고 해소 우려가 기대되는 반도체, 철강, 기계 등의 원재료·중간재 업종이다. 소비재의 경우 음식료, 의류, 제약, 전자상거래(빅테크), 항공 업종 등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수요 회복이 집중될 업종은 여행, 외식, 물류 등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 업종과 필수소비재, 의약품 등 코로나 확산기 수혜 업종이다. 백승혜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방역 완화에 따른 바이러스 확산 가속화 등의 우려 요인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소비 회복 속도는 내년까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단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고,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수혜주로 하이디라오(외식), 중국면세, 중국국제항공, 트립닷컴(이상 여행), 징동헬스, 메이퇀(이상 온라인 플랫폼) 등을 추천했다.
홍콩 증시 상장 기업인 하이디라오는 중국 최대 훠궈(샤브샤브) 체인 업체다. 하이디라오는 2012년 싱가포르에 첫 해외 체인점을 설립한 뒤 지속적으로 해외 영업을 확장해 현재 한국 등 전 세계 10여개국에 걸쳐 100개 가까운 체인점을 두고 있다. 중국 국내 영업 부진 속에서도 하이디라오의 해외 영업은 최근 2~3년간 호조를 보여왔다.
중국면세(CTG면세점)는 중국 면세 사업 점유율 1위 업체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면세는 지난 8월 홍콩거래소에도 상장했다. 중국면세는 IPO로 조달한 자금을 공항·항구·기차역 등 주요 거점에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짓는 데 사용한다. 중국국제항공 역시 방역 기조 완화에 따른 국내외 여행객 증가로 수혜가 기대된다. 이외 징동헬스는 온라인 건강관리 서비스 특화 업체로 리오프닝 과정에서 코로나 단기 급증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메이퇀은 음식 배달, 호텔 예약, 구인·구직 등의 플랫폼을 운영한다. 중국판 ‘배달의민족+야놀자+사람인’으로 통한다.
한화투자증권은 ‘리오프닝’ ‘대외투자(일대일로)’ ‘중국제조2025(첨단기술)’ 등 3가지를 투자 키워드로 꼽았다. 추천 종목은 중국남방항공, 나우라테크놀로지(NAURA Technology), 항생전자, 중국건축 등이다. 중국남방항공은 방역 조정에 따른 이동 제한 해제로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나우라테크놀로지는 중국 반도체 국산화, 항생전자는 중국 금융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국건축은 방역 완화에 따른 해외 사업 확장 등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 회복 내년까지 완만
필수소비재, 의약품 등 주목
신한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는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재 업종이 시장 주목을 받겠지만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산업재 시장에도 기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강조한다. 추천 종목으로는 융기그린에너지와 중국석유화학 등을 꼽았다. 융기그린에너지는 중국 태양광 설치 수요 증가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석유화학은 경기 부양책과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확대, 연 7%대 배당수익률, 수소 신사업 등의 호재가 기대된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간접 투자 상품이 대안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미래에셋TIGER 차이나A300’ ‘삼성KODEX FTSE ChinaA50’ 등의 ETF로 유입된 자금이 많았다.
개별 ETF 중에서는 빅테크와 소비주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와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의 수익률이 40~60% 정도로 두드러졌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 ETF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클라우드, 디지털, 이커머스, 핀테크, 인터넷, 모바일 등 빅테크 기업을 최대 30종목까지 편입한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므로 상승폭이 더 크다. 이외 ‘KBSTAR 차이나항셍테크’ ‘한국투자ACE 차이나항셍테크’ 등의 ETF도 20% 넘게 올랐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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