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중꺾마·우영우…키워드로 돌아본 2022년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2. 12. 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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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유달리 시끄러운 한 해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부터, 강대국 간 갈등과 전쟁, 부동산·주식 시장 급락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M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해졌다. ‘조용한 사직’ ‘대이직 시대’ 등 용어가 직장인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결과 대신 과정에 주목하는 문화도 정착됐다. 월드컵 이후 화제가 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가 대표적인 예다. 축구 선수들이 보여준 불굴의 도전 정신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또,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재확인된 해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수리남’ 등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를 홀렸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 결산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Keyword 1 용산 시대

尹 대통령 당선, 대통령실 용산 이전

2022년 초, 한국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정치권력 교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감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3월에 열렸다. 대선은 치열했다. 보수 진영 분열, 대장동 사건 폭로 등 숱한 논란 속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펼쳤다. 투표일 다음 새벽까지도 결과가 확정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48.5%를 획득, 이재명 후보를 약 0.7% 차이로 누르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과 제도 등에서 많은 변화가 일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공약을 실천,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22년 5월 10일 개·보수를 마친 용산 청사에 대통령실이 입주하면서 본격적인 ‘용산 시대’가 열렸다. 청와대는 국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개방 공간이 됐다.

Keyword 2 탈세계화

러·우 전쟁 이어 차이나런까지

냉전이 끝난 이후 이어지던 ‘세계화’ 흐름이 2022년 들어 끊어졌다. 이른바 ‘탈세계화’ 현상이다. 자유 무역과 교역으로 협력하던 국가들이 서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서방과 본격적인 단절을 선언했다. 미국은 물론, 에너지 협력을 이어가던 EU와도 교류를 멈췄다. 서방 국가는 러시아로 흘러가는 자금을 틀어막았고, 러시아는 EU로 향하는 가스관을 모두 닫았다.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더 심화됐다. 미국은 IRA법을 제정, 중국산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유행을 빌미로 문을 걸어 잠갔다.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차이나런 현상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동남아와 인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탈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 시장 봉쇄로 수출은 감소했는데,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수입은 급증했다.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Keyword 3 자이언트스텝

유례없는 급격한 금리 인상

제로금리. 2022년 이전 대다수 국가의 금리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제로금리 정책이 계속되면서 시장에는 막대한 현금이 흘러나왔다. 이는 곧 주식·부동산·가상자산 시장이 폭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2021년까지 계속된 ‘유동성 잔치’는 2022년 끝이 났다. 러·우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11월까지 연준은 4차례나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12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다. 연준은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0%대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2023년에는 5.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2년 초 1%대였던 한국 기준금리는 12월 3.25%까지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자산 시장도 요동쳤다.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큰 폭으로 성장했던 성장주는 대부분 ‘반 토막’ 나는 굴욕을 맛봤다. 저금리 시대 동안 찬밥 신세로 전락한 예·적금은 금리 상승에 힘입어 ‘인기 상품’이 됐다.

한편, 사회적인 문제도 대두됐다. 저금리 기간에 대규모로 빚을 낸 ‘영끌’족들은 대출 금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오르면서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다.

Keyword 4 대(大)이직 시대

평생직장은 옛말, 이직 열풍

기업의 ‘순혈주의’가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기업 채용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공채’였다. 그룹사가 일괄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고 필기 시험, 면접 등 절차를 거쳐 수백 명에 달하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장에 취업하면 정년까지 일하는 ‘평생직장’을 꿈꾸는 사원도 많았다. 경력직 직원보다는 자사 공채 출신을 더 우대하는 ‘순혈주의’ 풍토가 확고했다.

이런 흐름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바뀌었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교육이 필요한 신입 사원보다는 당장 현업에 투입 가능한 경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이직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졌다. 자연스레 취직 시장보다 ‘이직 시장’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직 이직자 수는 2010년 약 26만명에서 2020년 약 45만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 들어서 이직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3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직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0%에 달했다. 이 중 80%는 제안을 받고 이직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이직 시대가 열리면서 헤드헌팅·이직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사관리 플랫폼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을 운영하는 사람인HR은 올해 2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원티드’ 운영사 원티드랩 역시 같은 기간 분기 최대치 실적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들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게 인사관리 플랫폼 실적 호조의 배경이라고 강조한다.

Keyword 5 역월세, 역전세

혼란의 부동산 시장

불과 1년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뀐 시장이 있다. 부동산 시장이다. 2021년 한국 부동산 시장을 상징하는 단어가 전세 대란이었다면, 2022년은 ‘역전세난’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셋값 하락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역전세난’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주인이 세입자에게 웃돈을 주는 역월세까지 하나둘씩 나타났다. 가령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가 전셋값을 1억원 낮춰달라고 할 경우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집주인이 은행 이자 수준으로 20만~30만원가량 월세를 매달 세입자에게 내줘 계약을 연장하는 개념이다.

역전세, 역월세가 나타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하면서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 주택을 구매한 투자자가 많아 도저히 억 단위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매경DB, 넷플릭스 제공)
Keyword 6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K콘텐츠 열풍 지속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6월 29일 첫 방영돼 8월 18일 성황리에 종영을 마친 ENA 법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의 대사다. 극 중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천재 신임 변호사로 자신을 소개할 때 앞뒤가 같은 이름의 특성을 설명한다. ‘우영우’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이 인기를 끌면서 자기소개 멘트 자체가 밈이 됐다.

배우 박은빈의 열연에 힘입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회 시청률 0.9%로 시작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타고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우영우’ 신드롬이 촉발한 K콘텐츠 열풍은 드라마 ‘수리남’의 흥행, 그리고 최근 부상하는 ‘재벌집 막내아들’로 그 열기가 이어졌다. K팝에서는 ‘BTS’ ‘블랙핑크’에 이어 ‘뉴진스’와 ‘아이브’ ‘르세라핌’의 돌풍이 거셌다. ‘솔로지옥’ ‘환승연애’로 대표되는 K예능도 흥행을 이어갔다.

Keyword 7 엔데믹

본격화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풍토병 체계로 전환하는 ‘엔데믹’에 가까워진 한 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고,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됐다. 재택근무로 전환했던 회사들도 속속 정상 출근을 시작하는 등 ‘일상 회복’이 시작됐다.

WHO는 코로나 유행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는 국면이 됐다고 밝혔다. 9월 14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역시 2023년 상반기를 목표로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검토하는 등 엔데믹을 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8월 31일에 ‘2022~2023년 동절기 접종계획 기본 방향’을 발표하면서 엔데믹으로의 변환 의지를 피력했다. 기존 1차, 2차 등 차수 접종으로 지칭해온 코로나 예방접종을 인플루엔자(독감)와 유사하게 계절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다수 국민이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에 의한 감염·중증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이전과 같은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세계적 방역 완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 또한 적절한 시기에 균형 있는 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eyword 8 R의 공포

한국 뒤덮은 경기 침체 공포…

세계 경제 먹구름이 짙어지는 가운데, 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R의 공포’가 우리나라 증시에도 드리웠다.

10월부터 반등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2400선이 깨지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피벗(pivot·정책 전환) 기대감을 타고 대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반등하는 듯하더니 잠깐 훈풍이 불다 다시 꺾였다.

과거 경기 침체 시기에 우리나라는 기업 부실, 외국인 자본 유출, 부동산 시장 경착륙 등을 겪은 바 있다. 이에 한국은행의 점진적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정부의 수출 증대와 소비·투자 활성화 노력 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코스피지수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 증가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가 포착된다.

2022년의 경기 침체가 구조적 장기 침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올해 고강도 금리 인상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2023년 거시경제 전반을 강타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3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있는 국가 대표팀 선수들. (대한축구협회 제공)
Keyword 9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월드컵과 롤이 만든 하반기 최고 유행어

2002년 한국을 달궜던 월드컵 응원 문구가 ‘꿈은 이루어진다’였다면 2022년을 달군 응원 문구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롤드컵 우승팀 ‘DRX’의 선수 ‘데프트’ 김혁규의 인터뷰에서 유래한 말이다. 8강 대결을 앞두고 데프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 대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끼리만 무너지지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한 언론이 해당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며 제목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요약해 올렸고 이 말이 유행어가 됐다.

‘중꺾마’라는 줄임말로도 잘 알려진 이 문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이 이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더욱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H조 최약체로 꼽히던 한국이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사상 세 번째 16강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다. 당시 태극전사들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모았다. 이후 ‘중꺾마’는 유행어로 자리 잡으며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뜻하는 단어가 됐다.

Keyword 10 오운완

건강 중요하게 생각하는 ‘덤벨 이코노미’

12월 13일 인스타그램은 서울 강남구 인스타그램코리아 본사에서 연말 결산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올 한 해를 주도한 인스타그램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 중 #오운완, #만보걷기 등 운동 인증 관련 해시태그가 순위권에 올랐다.

오운완은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이다. 운동을 마친 후, SNS에 운동 사진과 함께 올리는 단어다. 자기계발을 중시하고, 동시에 SNS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MZ세대 성향이 반영된 신조어다. 건강, 다이어트 식품, 홈 트레이닝 제품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 ‘덤벨 이코노미’ 현상을 상징하는 단어기도 하다.

김진아 메타 한국 대표는 “인스타그램 하면 기존에는 패션, 뷰티와 같은 영역들이 주로 떠올랐는데 2022년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나가는 이용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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