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그리운 바오 목사님
바오 목사님은 월남의 패망을 눈앞에 두고 도움의 손길을 찾아오셨다.
그는 한국에서 신학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바오 목사님의 절규는 온 교인들의 가슴을 쥐어짜는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지난날 우리나라의 전쟁사를 회상케 했다.
이미 베트콩들의 만행이 시작된 상태였다. 건물 꼭대기에서 하나님을 부르짖으며 건너편 건물로 날아오른 기적을 체험하며 죽음의 사선을 넘고 넘어 한국교회를 찾아왔다. 사랑하는 성도들은 생명의 보트 피플이 될 절박한 위기에 수많은 피난민이 이미 탈출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월남의 그 날들은 삶과 죽음의 문지방을 넘나드는 실로 아비규환 그 자체라고 했다. 아침 밥상에서는 부모와 형제였으나 밤이 되면 적이 되고 원수가 되어 부모와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피와 눈물이 없는 이념의 벽, 무덤 같은 사상,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절벽 같은 파괴적이고 파멸적이고 전염병 같은 파시즘 공산 사상에 파리하게 질려서 찾아온 것이다. 한국교회들의 도움을 받고자 찾아 왔을 때 최선을 다해 헌금을 모아 주신 따뜻한 김대복 목사님이 생각난다.
바오 목사님은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지만 주 안에 한 형제인 그분이 종종 생각난다. 베트남 전역에 호외가 날리자 사람들이 달러 뭉치를 바닷물에 던지고 어떤 이들은 창문 밖으로 보석 상자를 집어 던지는데 철없는 어린아이는 흔들의자를 끌어내며 아빠를 부르는 소리에 끈적끈적한 눈물이 핏방울처럼 얼굴에서 말라 버리더라는 목사님의 흐느낌이 종종 눈앞을 스쳐 지나곤 한다.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영원한 소망이 없이 죽어가는 영혼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외치던 목사님은 월맹군에 의해 순교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크고 작은 고난의 날들은 누구에게나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다. 바오 목사님의 절규에 함께 울며 최선을 다하신 문화촌 동성교회 목사님과 이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천사들이 아닐까? 남편과 나는 문화촌 산동네 집값이 가장 싼 곳을 찾아 그곳에 부엌 딸린 방은 새를 끼고 꿈에 그리던 집을 샀다.
그곳 산동네에 등불 같은 아름다운 동성 교회가 있었다. 우리 가족이 그곳에 정착하게 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동성교회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매 주일 예배와 모든 집회는 60년대 심령 대부흥회를 연상케 했다. 신약시대의 초대교회를 떠올리게 하는 성령 충만한 교회였다. 지금까지도 동성교회에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것은 담임 목사님의 하나님에 대한 충직함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 보였기 때문이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지극히 아끼며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목사님이셨다.
교회에 교사가 부족한 때에 내가 교사 지망을 원하자 목사님은 너무 기뻐하시며 우리 집을 심방해 주셨고, 남편이 해외 근무 중에는 가끔 새벽기도회를 마치시고 종종 우리 집 대문 앞까지 오셔서 기도를 해주시곤 하셨다. 주님의 지체들은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만사에 때가 있듯이 우리가 누굴 돕는 것 또한 때가 있다. 대중교통 통로와 지하철 계단과 승강기에서, 시장 모퉁이에서 구걸하는 할머니들, 몸이 불편한 아저씨들을 연거푸 만나면 비호감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누가 걸인으로 살고 싶을까마는 선뜻 내가 부잣집 대문 앞 걸인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몇 번이나 머리 숙여 감사해 보았을까?
우리는 상대적 빈곤에 에워 쌓여 있다. 다만 우리를 주는 자로 돌아보게 하는 자로 선택해 주신 것에 대해 발걸음 멈춰 몇 번이나 감동해 보았을까?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당하는 주변의 처지를 보고 마음이 괴로워 잠 못 이루는 밤을 나는 과연 지내본 적이 있었는가?
그때는 문화촌 산동네 판자촌 아이들이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득했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 천진한 아이들이 생각난다. 이젠 성인이 되어 지구촌 곳곳에서 하나님의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히 어두운 곳을 비추는 하나님의 빛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삼베 홑이불>
들실과 날실로 짜여진
노르스름한 삼베 홑이불
사십 오년을 거슬러 올라
문화촌 산동네 앞에 멈추어 섰다
동성교회 여선교회 선한 자매들
그 얼굴들이 박꽃으로 피어났다
지난여름은 요나를 삼킨
물고기 뱃속처럼 더웠다
시원하게 직조된 삼베홑이불
여름 내내 선선한 추억을 덮었다
삼나무 속에 담긴 시원한 천성
들실 날실의 촘촘한 질서 속에
한반도의 정서가 고여 있다
내 삶의 한고비 또 한고비
삼베 홑이불 만지다
울컥 치미는 그리움
한 땀 한 땀으로 엮인
홑이불속의 가족사랑
◇김국에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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