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단식' 화물연대 위원장 만난 민주당... '안전운임제 연장' 당론되나?
[박정훈 기자]
▲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박정훈 |
"당론으로 정해주시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봉주 화물연대(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서 전한 메시지는 간결했다. '안전운임제 일몰'만은 막아달라는 것. 이를 위해 민주당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안전운임제 3년 연장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요구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서 과로와 과적·과속 위험을 방지하는 제도다. 다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2개 품목 운송에 한해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만 시행한 후 사라지는 '일몰제'다.
정부·여당은 화물연대 파업 이전에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2025년까지 3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 이후에는 사실상 '안전운임제 원점 재검토' 방침으로 돌아서면서 화물 운수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파업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생존 위협하는 정부"
민주당은 화물연대가 주장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나 '품목 확대'가 아닌, 당초 정부안이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라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나섰다.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화물연대 농성장을 방문해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토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품목확대 없는 3년 연장안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만 끌고 일몰시키려고 하고 있다"라며 "화물연대가 복귀하면 3년 연장을 하겠다고 (여당이) 수차례 약속을 했다. 그러나 파업 철회된지 열흘이 지나도록 정부·여당은 전혀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국민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런저런 내막을 들어보면 여당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대통령실에서 꿈쩍도 안 한다. 대통령실에서 일몰시키려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여당은 대통령의 정치적인 하수인 역할을 하지 말고 원래 국민들에게 약속했던대로 3년 연장안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빨리 통과시키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여당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파업에 돌입하여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괘씸죄'로, 화물노동자들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화물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안전운임제를 오로지 감정적인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여당은 하루 14시간 노동에 월 300만원을 받는 화물노동자를 귀족노조로 호도하고, 안전운임제를 무력화시키며 화물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민과 화물노동자를 우롱하는 저급한 정치 행위를 멈추고,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다운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
ⓒ 박주민의원실 |
기자회견 이후 박주민 을지로위원장을 비롯해 강민정·김경만·이용빈·최인호·홍기원 의원은 화물연대 앞 농성장으로 이동해 단식 투쟁 중인 이봉주 위원장을 만났다.
이봉주 위원장은 "일몰이 폐지되면 현장이 굉장히 혼란스러울 거다. 지금 벌써부터 일부 화주사들이 운반비를 싸게 해주는 운송사를 찾고 있다"라며 "일몰이 되자마자 현장에서 굉장히 혼란을 겪으면서 여러가지 분쟁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전운임제) 연장이 일단 먼저 되고, 국회 내에서 논의 기구를 만들어주시면 거기서 안전운임제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좋은 방향을 바꿔나갈건지 다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라며 "당론으로 정해주시면 저희들도 (민주당과)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오남준 부위원장은 "파업하기 전에 '3년 연장하겠다'라며 전 국민 앞에 (정부·여당)이 약속해놓고 이것을 걷어찬다는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다"라며 "국민의힘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당론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주민 을지로위원장은 "저희가 여기 오기 전에 법사위에서 빨리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기자회견을 했다"라며 "이미 사실상 '당론화' 돼 있는데 필요하다면 그런 절차(당론 채택)도 밟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용빈 의원 역시 "우리 국민들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노동자·서민의 민생을 가장 앞에서 지켜줘야 될 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부분(안전운임제 연장안)은 당론인 것처럼 하지 말고 당론으로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고, 이에 박주민 의원은 재차 "당 대표나 원내대표에게 말씀을 드리겠다"라며 당론 채택에 관한 논의를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민정 의원은 "안전운임제를 완전히 없애면, 화물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반 시민들이 지금 고속도로에서 내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정부나 여당에서 정말 오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다"라고 꼬집었다.
"미리 (법안 마련) 했어야 한다"라며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봉주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여러분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고, 많은 국민들이 아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라며 다시 한 번 민주당의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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