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도 지분 매각 결정... YTN 결국 재벌에 넘기나
[신상호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
ⓒ 연합뉴스 |
공기업 한전KDN에 이어 한국마사회까지 YTN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준공영방송인 YTN이 민간 자본에 넘어가는 것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YTN을 노리고 있는 <한국경제> 등 보수언론과 호반건설 및 동화그룹 등 재벌 기업에 지분이 넘어갈 경우 '언론의 공공성'이 민간자본의 사적 이익에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YTN 지분 매각을 의결했다.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 9.52%를 소유한 주요 주주다. 한국마사회 노조와 YTN 노조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YTN 지분 매각은 언론 길들이기"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YTN 사측도 이사회 측에 "숙고해달라"면서 호소문을 전달했지만 소용 없었다.
한전KDN 이어 한국마사회도 YTN 지분 매각 결정
이로써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 매각을 확정한 두 번째 공기업이 됐다. 앞서 YTN 대주주인 한전KDN은 지난 11월 이사회에서 YTN 지분 전량을 팔기로 결정했다. 한전KDN은 YTN 지분 21.43%을 가진 최대주주다. 매각을 결정한 명분은 정부의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론노조와 시민단체에선 공공기관 효율화를 명분 삼은 '언론 장악 작업'으로 보고 있다. YTN은 KBS처럼 공영방송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한국인삼공사 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준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1997년 IMF 당시 YTN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실행한 증자에 공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공적 소유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YTN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들은 YTN 보도에 대해 특별한 개입을 삼가왔다. 이는 YTN이 뉴스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해 공정성을 추구해올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공기업들이 보도에 개입하지 않은 덕분에 YTN은 적어도 대주주들의 입김에서는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물론 YTN도 지난 2008년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임명되고, 이에 반발하는 YTN 노조 조합원들이 해고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이후 YTN은 사장 추천위원회에 노조 추천 위원을 참여하도록 하고,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만드는 등 내부 체계를 재정비하기도 했다. 이 역시 공기업들이 YTN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공기업들이 YTN 지분을 팔면, YTN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준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진다. 아울러 대주주가 된 민간기업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YTN 뉴스도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YTN 지분의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는 <한국경제>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대 주주이고, 또다른 인수 후보인 호반건설이나 동화그룹 역시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오너 기업이다.
▲ 21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와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과천 한국마사회 앞에서 'YTN 지분 강제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함께 열었다. 고한석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제공 |
한상혁 방통위원장 퇴임 후 매각 급물살 탈 듯... "YTN 독립성 훼손 우려"
야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도 21일 입장문을 통해 "한국마사회가 YTN 지분을 대기업이 대주주인 경제신문이나 건설사 등 민간에 매각한다면, YTN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크게 훼손되고 사익을 대변하는 언론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YTN이 지속적으로 뉴스 공공성과 객관성을 추구하기 위해선 민간 자본에 매각되는 것보다는 현재 공기업 소유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면서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에 넘어갈 경우 사주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고, 사주 입장에 편향된 논조를 보일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지분 매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있기는 하다. 방송법에 따라 YTN 대주주가 바뀔 경우, 새로운 대주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이 맡고 있어, 당장 YTN 매각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7월이면 한 위원장의 임기도 끝난다. 이후에는 YTN 매각이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YTN이 사영화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언론이 재벌이나 대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갔을 때, 어떤 부작용이 벌어질지 국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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