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워싱턴 간 날, 시진핑-메드베데프 베이징서 전격 회동
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를 역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일러시아당 대표와 베이징에서 만났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지난 2월 베이징 겨울 올림픽 직전 중·러 정상회담이 열렸던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다. 메드베데프는 현직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예고 없이 만난 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백악관이 발표한 날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이 패트리엇 미사일 등 군사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데 맞서 중·러가 미국에 대항하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는 시 주석과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이번 만남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평화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사안의 시비곡직에 비춰 우리 입장과 정책을 결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적극적으로 평화 회담을 촉구했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관련 각 측은 이성과 자제를 유지하고 전면적인 대화를 전개해 정치적 방식으로 안보 영역에서 공동의 우려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도 “우크라이나 위기에는 원인이 있고 그것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평화회담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신화사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회담이 매우 유용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시 주석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비서실을 인용해 "친서에는 러·중 간의 유례없는 정치적 교류 및 실질 협력 수준에 대한 언급과 국가 및 당 차원의 지속적 관계 발전에 대한 확신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평화회담 중재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기간에 열린 중·러 양자 회담 때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귀하의 질문과 우려를 이해한다”며 미묘한 불화를 암시했던 데서 상당히 달라진 중·러 만남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관련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편 전격적인 베이징 중·러 회동이 이뤄진 이날 대만 북부 약 300㎞ 동중국해 해역에서 중·러 양국 해군의 ‘해상연합-2022’ 합동 군사훈련이 일주일 일정으로 시작됐다. 훈련은 연합 봉쇄, 임시 검문 및 나포, 연합 방공 및 구조, 대 잠수함 작전 등 다양한 항목에서 실전 미사일과 함포 발사를 포함해 진행될 예정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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