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 심리상담 1인당 4회.."유가족이 원치 않아" vs "주먹구구식 지원"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고등학생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유가족 등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나 지자체의 심리치료가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지자체는 “공무원이 전화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유족이나 생존자가 많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유족들은 “심리 지원 안내조차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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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지원 한 명당 4.2회…‘0회’도 전체 27%
21일 보건복지부와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 지원 심리 상담을 받은 유가족은 총 96가구 217명이다. 가구당 심리 지원에 응한 가족은 2명 안팎으로 적은 편이다. 내국인 사망자(132명) 유족 중 27%는 심리지원을 거부하는 등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심리 지원 대상 유가족 범위는 사망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유족 간 주장은 엇갈린다. 트라우마센터를 비롯해 지역 복지센터는 “계속 연락하고 심리상담을 권유하고 있지만, 꾸준히 관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상담센터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고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지만, 유족이 ‘자꾸 전화하면 계속 생각나니까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지원 상담을 받았다는 한 유가족은 “상담이 별 의미가 없었다”며 “이 상담원 저 상담원한테 참사 상황을 반복적으로 말하게 되는 게 싫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도 트라우마센터를 찾았지만, 상담시간이 20분 정도로 짧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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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매칭 서비스, 선제적 조치→‘요청 시’ 지원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공무원과 유가족 간 1대1 매칭 서비스도 유명무실해졌다. 정부는 참사 직후 “1대1 매칭으로 장례·의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장례 절차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1대1 매칭 서비스도 사실상 끝났고 이후 별다른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창민 변호사는 “어떤 유족은 2~3회 연락을 받고 어떤 유족은 아예 연락을 받지 못하는 등 ‘랜덤식’ 지원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중대본이 33일 만에 해제되면서 정부는 유가족·부상자 지원을 국무총리실 ‘원스톱 통합지원센터’와 행안부 ‘이태원 참사 지원단’으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유족에 한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유족마다 원하는 게 다르고 정부 연락을 원치 않는 이도 있으니 민원이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장기적 지원 준비해야...2차 가해 유족 고립시켜”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라우마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며 “정부의 장기적 지원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담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괜찮아서’가 아니라 큰 충격 속에 ‘회피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상담지원자가 계속해서 연락하진 않더라도 언제든 필요할 때 지원하겠다는 정보를 안내하는 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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