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21일 하루 일정 訪美… 러의 침공 후 첫 외국 방문

미 백악관 공식 발표… 바이든과 회담 이어 의회 연설 예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최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방문해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 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에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300일 만이다. 대통령 취임 후 2년 7개월 만에 첫 미국 방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확전 가능성 때문에 그간 고심하던 ‘패트리엇 방공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선물’을 준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20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일(21일) 백악관과 의회의사당을 찾는다”며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약속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은 2시간 가량 예정돼 있으며, 이후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또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20억 달러(약 2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지원을 발표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라는 매우 중요한 새로운 능력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트리엇 시스템 운용법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트리엇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첨단 항공기, 순항 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지대공 미사일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사일로 에너지 시설을 집중 타격하면서 한겨울 추위를 무기화하자 미국에 최첨단 방공망인 패트리엇 시스템의 지원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러시아가 “확전”을 경고했고, 미국은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을 승인한 것이다.

미국은 그간 지원해 온 첨단 지대공미사일시스템 '나삼스'(NASAM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비롯한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고성능 드론 등에 대한 지원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위 관계자는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협상이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협상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라는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저녁에는 의회 연설에서 미 의회의 ‘초당적인 무기 지원’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연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지원액 450억 달러를 포함해 내년도 예산안의 미 의회 처리 시한인 오는 23일을 이틀 앞두고 이뤄진다. 특히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의 지지가 중요하다. 이미 공화당에서는 ‘백지수표는 없다’며 무제한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미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당 의회 연설을 끝내고 몇시간 뒤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고 전했다. 미국에 만 하루도 체류하지 않는 것은 국가 수장이 전쟁 중인 영토를 오래 비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정상 통화에서 언급했고, 14일 백악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틀 뒤인 16일 수락했고, 18일 최종 확정됐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경우 신변 안전이 우려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과 젤렌스키는 몇 달 전부터 직접 만나기를 원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안보상황이 젤렌스키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젤렌스키 측이 국제 여행을 고려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정상 통화에서 언급했고, 지난 14일 백악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틀 뒤인 16일 수락했고, 18일 최종 확정됐다. 됐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00일을 맞아 각각 자국 군의 사기 증진에 나섰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최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고 유공자를 포상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동맹 벨라루스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데 이어 이날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전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을 시상했다. 그는 또 전쟁지역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구역을 최근 방문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다만 뒷받침할 사진이나 영상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 전장을 찾았다면 개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