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숨진 남편 앞 입양해둔 딸…무효 소송 첫 재판

피해자 유족, 가족관계등록 사항 정리 요청
2011년 딸 출산, 2018년 윤씨 앞 입양

'계곡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31·왼쪽)와 조현수(30) 가 피의자 시절이던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31)씨가 21일 딸의 입양 무효소송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이날 수원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경윤 판사 심리로 진행된 딸 A양의 ‘입양 무효소송’ 첫 변론기일에 법정대리인 신분으로 직접 출석했다.

녹색 수의를 입은 그는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현재 형사 재판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서 답변드리기 어렵다. 이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을 선임했으며 입장을 향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씨는 2011년 딸을 출산했고 2017년 3월 윤씨와 결혼했다. 이후 2018년 2월 당시 10살이었던 자신의 딸을 윤씨 앞으로 입양 신청했고, 같은 해 6월 입양 허가 판결을 받았다. 윤씨는 이로부터 1년 뒤인 2019년 6월 30일 숨졌다.

윤씨 사망 뒤 이 사실을 안 유가족은 A양과 관련한 가족관계등록 사항을 정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에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5월 이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입양 무효확인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법리상 유가족이 파양 소송을 청구하는 게 어려운 만큼 검찰이 유가족 대신 소송을 요청한 것이다.

윤씨 유족 측은 입양 사실을 피해자의 장례식 날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양은 외조모인 이씨 어머니가 양육하고 있어 숨진 윤씨와 함께 산 적이 없는 등 실질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씨는 혼인을 전제로 A양을 입양했지만 살인 사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씨는 고인과 혼인할 의사 자체가 없었다. 혼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고인과 이씨 간 법률적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취지”라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한 유족은 “고인과 이씨의 딸은 서로 교류한 사실이 없다. 보험금 등 금전적인 이유로 이씨가 딸을 윤씨의 양자로 입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사건은 애초 인천가정법원에 배당됐으나 가사소송법에 따라 A양의 양부모인 윤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거주한 주소지를 관할하는 수원가정법원으로 이송됐다. 윤씨는 2016년 이씨와 함께 살 신혼집을 인천에 마련했지만, 사망 전까지 수원에 있는 한 연립주택 지하 방에서 혼자 지냈다.

이 재판의 다음 기일은 내년 3월 22일이다.

한편 이씨와 그의 내연남 조현수(30)씨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간접 살인이 인정,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씨와 조씨, 검찰 측 모두 항소하면서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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