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엑소더스'가 만든 기현상…되레 러 주변국 경제 호황,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옛 소련 소속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아르메니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 러시아 인근 국가들은 통화 가치가 급등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두 자릿수로 뛰어오르는 등 경제 호황을 맞고 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접한 남코카서스 국가 아르메니아의 경우 통화 ‘드람’의 달러 대비 가치가 올해에만 20% 이상 올랐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도 최근 13.2%로 상향 조정됐다. 당초 아르메니아 중앙은행이 내놓은 전망치는 4.9%였다.
아르메니아와 남쪽으로 국경을 접하는 조지아,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도 상황이 비슷하다. 두 나라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는 올해 각각 16%, 10% 상승했으며, 조지아의 경제는 지난 9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약 10%가 성장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갑작스러운 경제 호황의 원인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인의 엑소더스(대탈출)가 꼽힌다. 러시아의 젊은 층 등이 전쟁을 피해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러시아 언어권 국가들로 향하면서 예상과 달리 오히려 경제 호황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아 국립은행에 따르면 지난 2~10월 러시아인이 조지아의 은행 계좌로 송금한 금액은 14억1200만 달러(약 1조816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배가 넘는다.
러시아에선 지난 2월 개전 이후 꾸준히 인구 유출이 이어졌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지난 9월부턴 그 수가 급격히 늘어 수십만 명의 인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르메니아(약 278만명)와 조지아(약 374만명)의 인구는 400만 명을 넘지 않으며, 인구가 비교적 많은 타지키스탄의 경우에도 약 1000만 명 수준이다.
다만 일시적 외부 인구 유입으로 인한 경제 성장에 우려를 드러내는 시각도 있다. 대체로 부유하고, 잘 교육받은 젊은 러시아인들이 급격히 유입되며 일자리가 줄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문제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0일 “러시아인의 이주로 발생한 물가 상승 등이 오히려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빈곤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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