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리 맥킨토시 “영어로 올드 K팝 감동 전할래요” [쿠키인터뷰]
“I promise you, that with time, this moment will pass, The day we see each other again…♪” 16세 미국인 소녀가 맑은 음색으로 노래한다. 언뜻 듣기엔 영락없는 팝송인데, 묘하게 익숙하다. 귀에 익은 멜로디에 기시감을 느낄 때쯤 노래의 정체를 알게 된다. 소녀가 부른 곡은 이선희의 ‘인연’.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1970~1980년대 발매된 한국 올드팝을 영어로 번안해 노래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유튜버 새리 맥킨토시다.
새리 맥킨토시를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에서 만났다.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얼굴엔 수줍음과 설렘이 만연했다. 새리 맥킨토시는 최근 한국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출연 차 한국을 찾았다. 그의 유튜브 채널 전체 조회수는 21일 기준 640만회. 구독자는 10만8000명에 육박한다. 새리 맥킨토시는 유재하, 임재범, 김현식, 박학기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노래를 영어로 바꿔 부른다. 그가 올린 영상에는 “외국인이 한국 노래를 이렇게 해석한 게 새롭다”, “원곡 느낌을 고스란히 살렸다”, “그 시절 노래를 영어로 들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등 호평하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국내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 셈이다. 팬들은 그에게 ‘맥설희’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 새리 맥킨토시는 “이렇게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며 소감을 전했다.
“많은 분이 제 채널을 구독하고 있어요. 한국의 옛날 명곡을 번안해 부르고 가족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좋아 보였나 봐요. 저도 제가 이렇게 인기를 얻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제 독특한 목소리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새리 맥킨토시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접했다. 한국전 참전 용사인 외할아버지와 한국에서 선교사로 생활한 아버지 영향이 컸다. 노래 가사를 영어로 번안하는 일도 아버지와 함께한다. 원곡에 깃든 한국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미국인이 쉽게 이해할 가사를 쓰려고 한다. 단순히 직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정을 담는 방향으로 의역한다. 낙엽이 떨어진다는 표현에 담긴 쓸쓸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번역기의 도움도 받는다. “아버지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만든 가사예요.” 그는 작업기를 이야기하며 뿌듯해했다.
새리 맥킨토시는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 좋아하는 가수를 묻자 장필순, 이하이, 정승환, 제시, 방탄소년단, 잔나비 등 여러 이름이 튀어나왔다. 좋아하는 한국 노래가 뭐냐고 물어보자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답이 술술 나왔다.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김건모의 ‘미련’, 이선희의 ‘인연’을 정말 좋아해요. 원곡자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원곡 양수경)를 작곡한 전영록 선생님이 양수경 선생님과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칭찬했어요. ‘한여름 밤의 꿈’(원곡 권성연)을 커버한 영상에는 원곡자 따님이 감동받았다는 댓글을 남겨줬어요. 정말 기뻤죠.”
커버 영상이 인기를 얻으며 새리 맥킨토시는 여러 기회를 얻었다. 전영록과 컬래버레이션이 그 예다. 유튜브로 인연이 닿아 커버 곡 작업을 함께했다. 최근 한국을 찾았을 때 전영록과 만나 꿈을 더욱더 키웠단다. 한국 데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올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음악과 한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한국에서 가수와 연기자로 활동하는 게 목표다. 그는 최근 국내 팬 60명 앞에서 작은 공연을 펼쳤다. 팬들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한 건 큰 동력이 됐다. 가족의 든든한 지원 아래 새리 맥킨토시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그동안 아빠, 엄마, 오빠가 저를 위해 많은 걸 해줬어요. 음악 활동으로 돈을 벌면 가족에게 받아온 걸 두 배로 돌려줄 거예요. 정식 음반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유재하, 김현식 노래를 들으며 느낀 행복을 나눠드릴래요. 지금은 가족에게 도움 받아 노래하지만 언젠간 혼자 힘으로 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음악을 관두는 날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아빠에게 춤과 노래 실력을 물려받았어요. 태어날 때부터 해온 것들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더 노력할게요. (한국어로) 응원하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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