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2도]SF 영화가 더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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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의 근본적 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개개인이 단지 미미한 변화를 보였다 해도 수억 명이 봤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거예요. 어쩌면 사람들의 세계관과 관점을 바꾸고, 좀 더 관용적 인간이 되게 하고, 멍청하게 투표하지 않게 하는 다른 많은 요소에 아주 작은 거 하나를 더한 건지도 몰라요. 그 정도면 좋은 일을 한 거죠."
SF 영화는 평범한 사람이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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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사회적 진화에 공헌…과학과 기술이 해법 제시해
SF 영화의 근본적 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주인공이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는 장면이 곧잘 나온다. 대부분은 새로운 존재를 마주하고 내면적 성찰에 도달한다. 외계 종족을 만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보다 더 중요한 맥락이다. 거의 모든 작품이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해법을 찾아야 상호작용은 가능해진다.
'아바타: 물의 길'은 익숙한 구조에 충실하다. 다양한 존재의 시각을 고르게 보여준다. 판도라에서 다양한 문화를 일구며 살아가는 나비족을 비롯해 그들과 흡사한 존재로 재탄생한 인간(제이크 설리), 판도라에 남겨져 나비족처럼 자란 인간(스파이더), 판도라를 새로운 개척지로 여기는 인간…. 심지어 만물과 교신하는 잠재적 구세주(키리)도 조명한다. 자연 경시와 편협한 태도에 경종을 울리려고 한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관객은 많지 않다. 대부분 웅장한 장관과 화려한 액션에만 열광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대중의 속성을 꿰뚫어 보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소설 '터미네이터' 등을 쓴 SF 작가 렌들 프레익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바타(2009)'를 관람한 관객의 90%는 그냥 아름다운 풍경과 모험 같은 걸로 즐겼던 것 같아요"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개인이 단지 미미한 변화를 보였다 해도 수억 명이 봤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거예요. 어쩌면 사람들의 세계관과 관점을 바꾸고, 좀 더 관용적 인간이 되게 하고, 멍청하게 투표하지 않게 하는 다른 많은 요소에 아주 작은 거 하나를 더한 건지도 몰라요. 그 정도면 좋은 일을 한 거죠."
그는 우리가 사는 시대와 정치·사회적 상황을 다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영화를 만든다. 지금도 유효한 방식이다. 세상이 예전보다 진보했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놀라울 만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일부는 고집스럽고 독단적이기까지 하다. 한층 거대하게 형성된 포퓰리즘과 고립주의가 증명한다. 자유주의라는 거품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활개를 친다.
SF 영화는 편견을 덜어내는 시도만으로도 사회적 진화에 공헌한다. 예컨대 '아바타: 물의 길'은 고래를 꼭 닮은 툴쿤과 부족 간 공존, 인간의 프런티어 등을 앞세워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과학의 대중화를 주창한 방법과 비슷하다.
애석하게도 목성과 토성에 접근하는 바이저호에 열광하던 시기는 지났다. 진자는 반대쪽으로 움직인다. 협잡과 가짜 뉴스가 널리 퍼져 과학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과학적 방법론보다 미신과 초자연적인 헛소리를 더 신봉하는 이들까지 있다. 과학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는 바로잡을 수 없다. 충분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사회·심리·정치적 준비가 가능해진다.
SF 영화는 평범한 사람이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우주선이 휙휙 날아다니고, 다른 행성까지 순식간에 이동하는 판타지 활극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유전자 조작이나 병원체를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지, 특정 동식물의 서식지 이동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말하는 작품이어야 한다.
인류세로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은 그런 고민을 공유해야만 도출할 수 있다. 캐머런 감독도 그렇게 믿는 듯하다. "우리는 사실상 지구 역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일으키고 있어요. 알다시피 이렇게 만든 건 과학과 기술이에요. 그리고 과학과 기술만이 우리를 여기서 벗어나게 할 수 있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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