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집에 살고싶다" BTS 찐팬…美스타 예능인의 예상밖 과거

전수진 2022. 12.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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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올해 4월 백악관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듣는 조 바이든 대통령 등 귀빈은 박장대소 중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우궁후와 꼬치 퓌었슴니이다.”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 진행자였던 트레버 노아가 방탄소년단(BTS)을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노아는 BTS의 RM에게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했다고 들었다”며 “나도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한국어를 연습했다”며 위의 대사를 읊어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최근호에서 노아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우연인지 한국계 미국인 강인구 (여성)기자가 취재를 했다.

노아는 BTS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거로 유명하다. 올 6월엔 자신이 진행하는 미국의 대표적 토크쇼 ‘더 데일리 쇼’에서 BTS 정국을 언급하며 “정국이네 집에서 살고 싶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내년 그래미상 진행자로도 그가 낙점된 상태다.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을 진행 중인 트레버 노아. 로이터=연합뉴스


‘더 데일리 쇼’는 1996년부터 전파를 탄 토크쇼로, 시사 풍자 및 연예계 뉴스 등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접한다. 진행자의 역할이 핵심인데, 노아는 2015년부터 이달 8일까지 마이크를 잡았다. 노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이 토크쇼의 진행을 미국인이 아닌 이가 맡은 건 처음이라고 한다.

뉴요커 기사는 노아가 이 토크쇼 진행자를 그만두며 그간의 세월을 돌아보는 분석에 초점을 맞추며 “노아 특유의 감각과 정치인들 풍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자신의 특징을 유머의 소재로 삼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센스를 ‘더 데일리 쇼’가 맘껏 활용했다”고 호평했다. 노아는 “본업인 스탠드업 코미디 쇼와 그 투어에 집중하고 싶다”며 자진 사퇴했다.

트레버 노아의 말을 들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노아의 출생과 어린 시절은 코미디보단 비극에 가까웠다. 그가 태어난 1984년 당시 남아공은 인종 차별 정책 기조인 아파르트헤이드를 여전히 시행하고 있었는데, 백인과 유색 인종 간의 결혼 및 출산을 금지했다. 노아는 그러나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가 손상되는 백색증인) 알비노를 앓고 있다”고 둘러대곤 했다고 한다. 국내에도 출간된 그의 자서전 제목이 『태어난 게 범죄』인 까닭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함을 딛고 성장해 희극인으로서의 꿈을 키웠고, 단역 등을 마다않고 출연하며 존재감을 굳혔다.

그는 성대모사와 다양한 영어 억양을 모사하는 데 주특기다. 정치 풍자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독재를 이렇게 계속하는 걸 보면 (미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독재자) 대통령들과 비슷한 거 같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2020년 미국 백인 경찰의 총격에 무고한 흑인 시민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을 땐 토크쇼에서 “나 지금 무대 근처로 움직일 수 없어, 죽고 싶지 않거든”이라는 대사를 하기도 했다. 시사와 연예를 넘나들며 하고 싶은 말을 용감하게, 유머라는 옷을 입히는 것. 뼈가 있는 농담인 셈이다.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 자리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트레버 노아는 내년에도 그래미상 시상식 진행자로 나설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인도 또는 중국, 때론 한국식 영어 발음을 유머 소재로 활용하기도 한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뉴요커는 “일부 시청자들은 그의 정치적 농담이나, 인종 또는 억양의 차이를 놓고 유머를 구사하는 것을 두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오늘날 시청자들은 솔직함을 더 원한다는 점에서 노아가 보여준 유머 감각은 앞으로도 살아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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