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의원들, 오열하는 유족… 첫발 뗀 '이태원 국조'

박준이 2022. 12. 21. 16: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 신고가 들어왔는데 보고 안 했나"
소방청, 경찰청 향해 집중 질의
기관보고, 공청회서 책임자 추궁 예정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신고 시점에 전면에 경찰을 배치했나?"

"참사 발생 시간에 압사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왔는데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이 정확하게 그 무전을 들었나?"

"밤 9시경 '코드제로'를 내린 다음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112에 들어왔는데 왜 서울경찰청에서 아무도 청장에게 보고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드디어 첫발을 뗐다. 첫 현장조사가 진행된 21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앞 골목길에 다시 모였다. 한파가 몰아친 이날 참사가 발생했던 현장에는 18명의 위원들과 전문가, 유가족들, 취재진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담당자들에 대한 질의가 진행되는 한편, 유족들은 "국정조사, 진상규명"을 연신 애달프게 외쳤다.

우상호 국회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위원장과 국조특위 위원들이 21일 서울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한 뒤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오전 위원들은 가장 먼저 녹사평역에 위치한 합동분향소에서 참배했다. 묵념하는 위원들의 뒤편으로 유족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첫 국정조사를 여야가 같이 시작한 만큼 최소한 여야가 힘을 합해서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 도착한 위원들은 좁은 골목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는 최성범 소방서장과 임현규 신임 용산서장이 소환됐다. 우 위원장이 "경찰 병력을 어디에 얼마나 배치했느냐"고 묻자, 최 서장은 "37명 정도로 알고 있다"며 "전면부에도, 후면부에도 경찰이 배치됐는데 교통이 막혀서 다 이쪽으로 뛰어오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현장에서는 한 유가족이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경찰이 없어서 물어본 것이다"라며 "11시38분에 아들이 전화가 안 돼서 직접 와봤다. 경찰이 있었다니 말도 안 된다, 전혀 못 봤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태원 파출소에선 특조 위원들이 경찰에 집중적으로 질의를 쏟아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람이 죽고 엄중했던 것이 10시 넘어서 사태가 발생했다. 정현욱 경감이나 송병주 실장이 윗선에 보고를 했나"라고 추궁했고, 이에 정 경감은 "저는 10시10분에는 인지 못 했고 30분 넘어서 구조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빼낼 때 인지를 했다"고 답했다.

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올해는 마스크 해제로 훨씬 많은 인파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엔 3개 기동대가 나왔는데 올해는 왜 (안 됐나)"라고 하자, 정 경감은 "경찰 교통 기동대가 검토됐던 것은 아는데 왜 배치가 안 됐는지는(모르겠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당직관은 용산서 상황실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왜 이태원 파출소로 가서 언론 보도 취재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임 서장은 "상황실장은 현장에 있을 수도 있고, 상황실에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시를 내린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그는 "본인 판단인지 전임서장 차원인지 모르겠다. 본인이 무전을 다 들고 나와 현장에서 더 잘알 수 있을거라 판단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서도 사건 대응 과정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박규석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관계자가 소환됐다.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는 "밤 9시에 '코드 제로'가 부여됐는데 거기에 맞는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나"라며 "상황관리관에 보고하고 필요한 출동 요소를 보냈어야 한다. 경찰청 112센터가 직무유기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의원 말대로 좀 더 세밀하게 점검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점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경찰, 늦게 인식해 보고가 안됐다유족들, 울음바다

박 실장은 "담당자는 코드 제로라고 뜨니 내용을 보고한 건데 나중에 열람해보니 현장 처리를 하고 끝났다고 해서 심각하게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래서 팀장 보고가 안되고 인식을 못해서 보고가 안된 거고, 용산경찰서도 용산서 상황실이 늦게 알았다. 늦게 인식하니 보고가 안됐다"고 문제를 시인했다. 이같은 답변에 위원들은 깊은 한숨을, 유가족들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현장 대응 메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박 실장을 향해 "112 신고 접수 메뉴얼을 요청했는데 주지 않아서 직접 열람해서 봤다"라며 "다수 신고자 중복신고는 접수자가 팀장에 보고하고 즉각 위치 추적해서 유관 기관과 공동대응을 요청하고 119 진출입로를 확보하는 건데 이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실장은 "개별 접수라서 판단하지 못했다"며 "소통이 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날 현장조사에서는 송 전 실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한 위원들의 지적이 계속됐다. 서울경찰청에서 대기발령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현장 조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 위원장이 "송 전 실장은 왜 오지 않느냐"고 묻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병가 중이고 본인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