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크리스마스 보이콧’?…中 기독교인 전망은

양민경 2022. 12. 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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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노인이 지난 2017년 12월 상하이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판매하는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대폭 완화한 이후 첫 성탄절을 맞지만, 올해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온전히 만끽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를 서방 종교의 문화 침투로 보는 중국 당국의 견제가 여전할 것이라는 게 현지 기독교인의 주된 전망이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보이콧을 외치는 민족주의자에게 답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성탄절을 앞둔 중국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가정교회(미등록 지하교회) 성도들은 CT와의 인터뷰에서 “방역 규제가 완화됐어도 성탄절을 ‘서구 명절’로 보는 중화민족주의 조류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온라인 모임서 캐럴을 부르며 이웃과 시민에게 구세주가 세상에 온 기쁜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원이 지난 2018년 도심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밀어 넘어뜨리는 모습. 국민일보DB


중국 당국은 그간 ‘중국 문화 주권 수호’란 명목으로 크리스마스 보이콧을 주도했다. 2018년 당시 허베이와 구이저우, 광시 지방정부는 기업과 상점을 대상으로 트리 등 성탄절 장식을 금지하는 방침을 내렸다. 그해 난징대학교는 ‘크리스마스이브나 당일에 관련 글과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지 말라’는 공문을 학생에게 전달했다. “우리는 중국 명절만 기념한다. 외국 명절은 필요치 않다”는 이유다. 또 종교사무조례 개정안을 발표해 불법 종교활동이란 명목으로 가정교회를 강력 단속했다. 크리스마스 보이콧에 동조하는 일부 지식인은 공개서한을 내고 “중국인은 집단 무의식에서 벗어나 문화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 성경을 읽지 않거나 교회에 가지 않으면서 자기가 숭배하지 않는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는 건 자기 비하와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지난 2013년 12월 산타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식당 앞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다만 이에 반발하는 여론도 적잖다. 크리스마스는 중국 전통문화를 침범하는 해외 종교 행사가 아니라 대중문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기독교 크리에이터 루(가명)씨는 “중국에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사람을 서구를 숭배하고 외세에 영합하는 사람으로 낙인찍는다”며 “이는 20여 년 전부터 부상하는 중화민족주의의 영향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가정교회는 30여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전도의 기회로 삼았다. 성도들은 ‘크리스마스 보이콧’ 여론에 반기를 들며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적은 글을 온라인으로 공유해왔다. 이들 교회는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날 호텔 등을 임대해 캐럴 부르기, 연극 공연 및 영화 상영으로 구성된 전도행사를 열었다. 베이징 출신으로 미국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박해받는 상황에서도 중국 가정교회는 담대하게 크리스마스를 전도의 도구로 활용했다”며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전도지를 나눠주고 교회 모임에 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후 중국 가정교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지만 A씨는 “복음 전파의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만큼 성탄절을 기념하긴 어렵겠지만 우리에겐 온라인 모임이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짧은 설교를 전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함으로써 복음을 전할 수 있다. 하나님 말씀은 어느 한 곳에 매이지 않는다”고 했다. 루씨 역시 “모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면 우리가 군중 속으로 가면 된다. 아니면 집으로 사람들을 초청해 복음을 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기념물.


미국에 거주 중인 션 롱 베이징시온교회 목사는 성탄절이 서양뿐 아니라 인류가 보편적으로 축하하는 기념일임을 강조했다. 롱 목사는 “기독교는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아시아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 퍼진 종교다. 그러므로 동·서양이 기념하는 세계적 명절이라 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반기독교 표어 ‘기독교인이 한 사람 늘면, 중국인은 한 사람 줄어든다’는 말은 진실과 다르다. 기독교인이 한 사람 더 늘면 진리로 자유를 얻어 인민을 섬기는 중국인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독교인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롱 목사는 “크리스마스 보이콧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사랑으로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고 ‘이 세상에 기쁨을 준 좋은 소식’인 복음을 계속 전하자”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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