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에서 쫓겨난 축구 선수, 이유가 고작 이것?
[선채경 기자]
카타르 월드컵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그 다음 차례는 여자 선수들이다. 2023년 7월 20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2023 FIFA 여자 월드컵'이 개막한다.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그 대중의 절반인 여성은 아직 기울어진 운동장을 뛰고 있다. 여자축구의 서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싸움은 경기장 바깥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국적과 민족이 다르더라도 같은 여성인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FIFA(국제축구연맹)이 만든 스트리밍 서비스 'FIFA+'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씨(SISSI)>와 <브라바스 데 후아레즈(Bravas de Juarez)>를 소개한다. 각각 과거와 현재의 남아메리카 여자축구를 상징하는 이야기다.
▲ 1999년 FIFA 여자 월드컵 준결승전 승리 직후, 브라질 국기를 들고 있는 시씨의 모습 |
ⓒ FIFA |
"이 레즈비언 집단에 가능성이 있긴 해?"
1995년 스웨덴 월드컵을 위해 떠나기 전, 브라질 축구 협회 관계자가 선수단을 보고 한 말이다. '축구 제국'은 남성만 시민으로 인정했다. 여자 대표팀에겐 남자 선수들이 입다 남은 유니폼이 주어졌다.
차별 대우에도 천재는 굴하지 않았다. 1999년, 브라질 여자 선수 최초로 월드컵 골든부츠(득점 1위)를 수상한 시씨는 브라질 여자축구의 부흥을 이끌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경력은 영예로운 은퇴 인사 없이 '퇴출'로 끝났다.
시씨는 짧게 삭발한 머리 때문에 협회와 갈등을 겪었다. 협회는 샴푸 회사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사회적 미의 기준에 부합한 선수가 필요했는데 '간판스타' 시씨의 민머리는 샴푸 광고에 나올 수 없었다. 시씨는 축구를 하고 싶었지, 인형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어른들은 내게 인형을 주었지만, 나는 그 인형의 머리를 뽑아서 차고 놀았다." 인형 목을 꺾는 것이 어린 시씨의 투쟁이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자신에게 인형을 쥐여주는 어른들과 싸웠고, 커서는 자신을 인형으로 만드는 사람들과 맞서야 했다.
<시씨>는 브라질 축구 전설 시씨의 축구 인생과 여성으로서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국가를 대표할 수 없었던 이 선수는 '여성을 대표한 선수'로 역사에 남았다.
▲ 멕시코 여자축구 리그 '리가 MX 페메닐' 소속 FC후아레스 선수들 |
ⓒ FIFA+ |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 사우다드 후아레스는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 살해)'로 악명 높다. 199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최소 350명 이상의 여성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누구에게 왜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렇게 위험한 지역에 살아남아 축구를 하는 여자들은 어떤 마음일까?
"우리는 어두운 과거를 가졌습니다. 이 도시는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요. '후아레스 페미사이드'는 이곳을 유명하게 만들었죠. 우리 여성들은 그러한 역사를 딛고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이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내고자 합니다."
다큐멘터리 <브라바스 드 후아레스>는 프로 여자축구 구단 FC후아레즈의 용기를 전한다. '브라바스'는 스페인어로 '용맹한 이들'을 가리키는 여성형 명사로, FC후아레즈의 별칭이다. '페미사이드'로 악명 높은 도시를 연고로 하지만, 단장 밀라 마르티네스는 리그에서 유일한 여성 단장이다. 선수단은 그 어떤 팀보다 끈끈한 자매애로 똘똘 뭉쳐있다. 위협에 위축되기보다 생존자로서 긍지를 갖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이곳 여성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스스로 돌보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더 강해지는 법을 깨우쳤고요. 다른 여성과 연대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습니다."
후아레스의 여자들은 밤에 혼자 걷는 여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고 한다. 축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형편없는 임금에, 남자팀처럼 전담 영양사나 심리상담 지원도 없고, 중계방송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 축구화를 나눠 신으며 경기에 나선다. 단지 승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곳 어린이에게 희망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 여성들의 부고(訃告) 소식이 가득한 도시, FC후아레스 선수들은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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