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마저 위협…미 협회 "中, 2030년 한국 넘어 세계 2위"

한예주 2022. 12.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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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반도체가 메모리 수성에만 몰두한 사이 중국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꾀하고 있어 자칫하다가 팹리스 부문에서 한국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중국은 팹리스 분야에서 2030년 한국을 제치고 세계 2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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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글로벌 점유율 36%
中 기술 고도화 맹추격…2030년엔 23%로
韓 19%, 세계2위 위태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반도체가 메모리 수성에만 몰두한 사이 중국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꾀하고 있어 자칫하다가 팹리스 부문에서 한국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 중국의 반도체 설계 분야 글로벌 점유율은 23%까지 커져 1위인 미국(36%)의 뒤를 이을 전망이다. 2015년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했던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이에 반해 2020년 19%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한국은 2030년에도 19%에 머무르며 20%의 벽을 결국 깨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중국은 팹리스 분야에서 2030년 한국을 제치고 세계 2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반도체 설계는 최근 연구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반도체 설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중국 논문 채택 수가 처음 한국을 앞질렀다. 이번 학회에서 한국은 논문 32건이 채택됐다. 59건을 기록한 중국과 미국(42건)에 이은 3위다. 중국 논문 채택 수가 한국보다 많은 것은 ISSCC 개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기업의 자국 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특허 등록 건수 역시 2016년 2154건에서 지난해 1만3087건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 팹리스 기업은 2810개에 달한다. 2016년의 1362개에 비하면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현재 한국 팹리스 기업은 120여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소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국내 팹리스 업계는 성장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국내 주요 팹리스 상장사 17개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5곳은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 3곳 중 1곳이 적자라는 얘기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곳도 LX세미콘과 제주반도체,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에이디테크놀로지 등 5곳에 불과했다.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곳은 LX세미콘이 유일하다. 세계 50대 팹리스 중에서도 한국 기업은 LX세미콘 한 곳뿐이다.

반도체 설계 분야에 대한 투자가 산업 혁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얻는 중이다. SIA는 "설계는 반도체 가치 사슬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최첨단 칩 설계에 상당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설계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한국 팹리스 기업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한다. 절대적인 전공자 졸업생 수가 부족한데, 졸업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함에 따라 대부분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팹리스 기업에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중소 팹리스 업체들은 반도체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설계 지식재산권(IP)과 설계 툴을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미흡하다는 뜻이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팹리스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 부족이고, 팹리스 산업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중소기업 위주로 팹리스 기업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M&A)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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