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E.T야 어디있니?"…지구인, 외로워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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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났을 수 있었다면, 드넓은 우주 어디선가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구에서조차 5번의 대멸종을 거쳐 인간 수준의 지적 생명체가 등장한 데에 수십억년이 걸렸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인들보다 그리 진보하지 않은 문명 수준이어서, 에너지 생산과 저장과 재활용, 정보 통신, 한정된 시간 등 '평범한 이슈(mundane issues)'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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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문명 발달하면 시간 걸려도 지구 찾아 낼 것"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났을 수 있었다면, 드넓은 우주 어디선가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모두들 어디에 있는 걸까? 과학계의 유명한 '페르미 패러독스'다.
과학자들은 지난 1950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이같은 이론을 제시한 후 해법을 찾기 위해 골몰해왔다. 그중 하나는 희귀 지구 가설(rare Earth hypothesis)이다. 지구만이 오직 탄소 기반의 생명체를 생겨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유일무이한 곳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이론으론 거대 필터 가설(great filter hypothesis)이 있다. 생명체는 흔히 존재할 수 있지만 지적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렵다. 지구에서조차 5번의 대멸종을 거쳐 인간 수준의 지적 생명체가 등장한 데에 수십억년이 걸렸다. 그만큼 지구인들이 외계 행성 탐사나 전파 탐색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눌 만한 지적 생명체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바로 이 이론의 결론이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팀이 지난 10월 27일 사전 논문 공유사이트 '아카이브'에 새로운 답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다시 찾은 페르미 패러독스 : 기술적 속성과 접촉 시대(The Fermi Paradox revisited: Technosignatures and the Contact Era)'라는 제목이다. 이 논문의 핵심은 인류와 존재할 지 모르는 외계 문명의 기술 발달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팀이 외계 문명이 존재하더라도 기술적 수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인들보다 그리 진보하지 않은 문명 수준이어서, 에너지 생산과 저장과 재활용, 정보 통신, 한정된 시간 등 '평범한 이슈(mundane issues)'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우주에 1조개의 생명체 존재 가능 행성들이 있고, 또 이중 몇 개에 실제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한계는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전 우주에 알리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능동적인 탐사에 나설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연구팀은 인류가 조급해지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릴 것을 권고한다. 수십억달러를 들여 우주선을 만들어야 하는 능동 탐사보다는 훨씬 값도 싸고 기술 발달로 정교해진 전파 망원경을 만들어 놓는 게 낫다. 그리고선 지구인들처럼 어느 정도 기술과 문명이 발달해 전파를 다룰 줄 알게된 외계인들이 신호를 보내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또 지구에서 보낸 메시지에 답신을 보내거나 직접 지구를 방문하기 위해 탐사선을 만드는 등 반응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전파 조차도 속도가 1광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전파가 발신되기 시작한 시점은 이제 갓 10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구 밖에서 인류가 쏘아낸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범위도 100광년 수준이다. 수천~수만 광년 밖에 존재할 수 있는 외계 문명들에게까지 닿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만약 외계인들이 같은 전파 수단을 이용해 답신을 보낸다면 그 또한 지구 전파의 도달 시간 만큼의 세월이 불가피하다. 혹시 우주선을 개발한 문명이더라도 빛의 속도 이하라면 지구에 도착하기 위해선 전파보다 더 오래 시간이 더 걸린다.
따라서 페르미 패러독스에 대한 연구팀이 내놓은 해답은 이렇다. "지구의 생명체들이여, 외로워하지마라. 우리의 은하계는 발달한 문명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아직 우리의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을 뿐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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