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서 야구가 바뀌었다…‘9억팔’ 장재영도 느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장재영(20)의 별명은 ‘9억팔’이다.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을 통해 입단할 때 구단 역대 최다 신인 계약금인 9억 원을 받으면서 이러한 수식어가 붙었다.
키움이 상당한 계약금을 안긴 배경에는 역시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장재영은 덕수고 1학년 때부터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주목받았다. 이어 학년을 거듭하며 구속을 최고 157㎞까지 끌어올렸다. 또, 체격조건(신장 1m88㎝·체중 87㎏)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는 평가도 받았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장재영은 그러나 데뷔 직후부터 만만치 않은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유일한 문제였던 제구 난조가 발목을 잡았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은 유효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서 4사구를 여러 개 내주고 강판되는 경기가 많았다.
이처럼 기대와 달리 2년간 방황했던 장재영의 야구가 올겨울 들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떠난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한국 선수들이 파견된 호주 도시 질롱 연고의 구단)에서 제구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한 달간의 단기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친 장재영은 귀국을 하루 앞둔 2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2년간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다. 잘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야구가 되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이곳에서 변화된 투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뻤다. 이 감각을 그대로 유지해 내년 시즌을 제대로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다.
장재영은 질롱 코리아 유니폼을 입고 던진 6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3.30(30이닝 11자책점) 9볼넷 37삼진을 기록했다. KBO리그와 비교해 볼넷은 확연히 줄었고, 삼진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변신의 중심에는 역시 제구력 향상이 있다. 한국에선 들쭉날쭉했던 공이 호주에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정확하게 찔렀다. 30이닝 동안 37개의 삼진을 빼앗은 비결이다.
장재영은 “호주로 오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이런 마음가짐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 같다. 또,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타자와 상대하면서 빠른 승부의 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됐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규 감독님께서 첫 번째 등판 전날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렇게 좋은 공을 가지고도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을 쓴다고 말이다. 여기에선 선수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줄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던지라고 용기를 주셨다”고 감사한 마음도 함께 전했다.
포크볼이라는 수확도 빼놓을 수 없다. 장재영은 올 시즌까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만 던졌다. 그러나 호주에선 포크볼을 시험 삼아 구사하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아직은 연마 단계이지만,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주무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욕심을 내본 타자로서의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수고 시절 타자로도 활약하며 2020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4관왕(최우수선수상·타격상·홈런상·타점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장재영은 “처음 계획은 등판이 없는 날 타자로도 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불펜 투구를 계속 해야 하니까 시간이 나질 않더라. 그래서 9타석만 겨우 들어섰다. 안타를 꼭 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멋쩍게 웃었다.
장재영은 9일 브리즈번 밴디츠전에서 투구 도중 손가락 물집이 잡혀 투구 도중 강판됐다. 피까지 나는 부상이었지만, 잘 회복한 뒤 18일 멜버른 에이시스전에서 8이닝 동안 115구를 던지며 5피안타 10탈삼진 2실점 호투하며 ABL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를 챙겼다.
장재영은 “원래는 최종전까지 함께하려고 했는데 양쪽 구단에서 배려해주셔서 좋은 컨디션으로 올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꼭 이기고 싶어 이병규 감독님께 한 이닝이라도 더 던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면서 “남은 겨울 몸을 잘 만들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년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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