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 에이스" KT 양홍석의 힘겨운 홀로서기

이준목 2022. 12. 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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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수원 KT, 전주 KCC에 77-89 완패... 3연패에 빠진 KT

[이준목 기자]

 kt를 격파한 KCC
ⓒ KBL
 
양홍석에게 1인자의 무게는 아직 너무 버거운 것일까. 올시즌 수원 KT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양홍석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소속팀 KT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시즌 3라운드 경기에서 KT는 전주 KCC에게 77-89로 완패했다. KCC는 라건아가 30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했고 허웅(14점)과 김지완(11점)이 지원사격하며 4쿼터 초반에 일찍 승부를 결정지었다.

KCC는 두 자릿수 승리 고지에 오르며 10승 13패(.435)로 서울 삼성과 공동 7위가 됐다. 반면 3연패에 빠진 KT는 7승 15패(.318)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9경기로 범위를 넓히면 1승 8패에 불과하다.

KT의 최하위 추락은 올시즌 프로농구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상대팀 감독들로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것은 무려 5표를 받은 KT였다. 주전 가드 허훈이 군에 입대하며 전력 손실이 있었지만 여전히 각 포지션에 두터운 선수층과 안정된 공수 조화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KT는 시즌 개막 전 '2022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챔피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만만치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KT의 외국인 선수 EJ 아노시케는 4경기에서 평균 27득점, 12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7.4%(경기당 4.5개 성공)를 과시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차지했다. 허훈의 공백으로 토종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게된 양홍석도 평균 16.3득점, 7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KT의 전력에 높은 평가를 내린 이유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이 개막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서동철 감독이 구상했던 농구와 선수 조합이 잘 맞지않았다.

당초 1옵션으로 기대하고 영입한외국인 선수 랜드리 은노코는 이번 시즌 평균 16분 2초를 뛰며 5.9점 5.3리바운드에 머물렀다. 처음부터 공격보다는 수비를 더 기대하고 영입한 선수였지만, 정작 수비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아노시케가 13.7점을 넣으며 분전하고 있지만 득점은 전체 17위에 불과하며 3할대(38.4%)에 불과한 야투율은 컵대회에서 보여준 폭발력과 거리가 멀다. 참다못한 KT는 결국 은노코를 방출했고 아노시케 역시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KT는 83.7점으로 SK(85.7점)에 이어 전체 득점 2위에 올랐다. 그런데 올해는 76.2점으로 전체 9위에 그치며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수비력은 예년에 비하여 두드러진 차이는 없는데도 성적이 추락한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컵대회에서 보여준 빠른 공수전환을 통한 속공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뼈아픈 것은 믿었던 양홍석의 기복이다. 양홍석은 올시즌 허훈이 군에 입대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양홍석은 지난 2021-2022시즌 12.9점, 6.2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9.5%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포워드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리바운드는 국내 1위, 3점슛 성공률은 전체 1위였다.

표면적으로 올시즌 양홍석의 기록은 12.0점, 6.0리바운드, 2.5어시스트로 1차 스탯자체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투율이 38.9%, 3점슛 성공률이 27.6%로 크게 추락했고 턴오버는 경기당 2개까지 늘어나며 영양가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양홍석을 중심으로 시즌 운영 플랜을 구상했던 KT는 매 경기 널뛰기를 거듭하는 양홍석의 경기력에 속이 탈 수밖에 없다.

KT는 원래 랜드리 은노코와 하윤기의 높이를 활용하여 양홍석에게는 2대 2 플레이와 외곽에서의 마무리 역할을 기대했다. 그런데 양홍석의 슛감각이 크게 떨어지면서 자신감을 잃고 볼을 돌리거나 억지로 골밑을 파고들다가 수비에 저지당하면서 턴오버가 속출하는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2월 초 5연패의 늪에 빠졌던 KT는 지난 10일 창원 LG를 잡고 간신히 수렁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곧바로 최근 다시 3연패에 빠졌다. 이 기간 양홍석은 LG전에서 14점을 넣은 것을 마지막으로 3경기 연속 한 자릿수 이하 득점에 그쳤다.

심지어 KCC전에서 양홍석은 올시즌 최악의 경기를 기록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각각 9점과 4점으로 득점력이 점점 하락했던 양홍석은 이날은 고작 12분 4초를 출장하는데 그쳤고 단 한골도 넣지못하며 부진의 정점을 찍었다. 양홍석은 이날 4개의 야투를 시도했으나 모두 빗나갔고 자유투도 한 개도 얻어내지 못했다. 양홍석이 무득점에 그친 경기는 2020년 10월 27일 전자랜드전 이후 무려 784일만이었다.

득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력도 빵점에 가까웠다. 자신감이 눈에 띄게 떨어진듯한 양홍석은, 수비의 압박이 없는 상태에서도 손쉬운 레이업슛 찬스를 놓치는가 하면, 몇차례 안이한 플레이로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정작 팀에 필요했던 3점슛은 단 한 개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서동철 감독이 경기 후 어두운 표정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농구였다"며 양홍석의 플레이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 감독이 이날 양홍석의 출장시간을 줄이고 일찍 교체한 이유에 문책성도 있었음을 암시한 장면이었다.

그나마 KT는 교체선수인 레스터 프로스터가 31점의 깜짝 활약을 펼치며 선전한 것이 위안이었다. 하지만 양홍석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양홍석은 나이는 젊지만 어느덧 프로 경력만 6년 차의 중견급 선수가 됐다. 올스타와 리그 베스트5, 국가대표 경험까지 쌓았고 플레이오프 무대도 밟아봤다. 이제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어엿하게 한 팀을 이끌만한 에이스다운 '스텝업'이 필요한 시점인데,  부담감 때문인지 오히려 발전이 정체되어있다. 양홍석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올시즌 KT가 최하위권을 탈출하기는 쉽지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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