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건강]조현병…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억울하고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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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지각, 인지, 사고, 정서, 행동 등 주요 뇌기능들이 조화롭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울러 사고 과정에서 장애가 생겨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말을 하거나,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조현병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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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발견 중요, 꾸준히 치료하면
일반적 사회인으로 잘 살 수 있어
#.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비웃는다. 아마 내가 어제 버스를 잘못 탄 것을 알고 있는 거 같다. 웃음소리를 피해 동네를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이다. 전화를 안 받으니 내가 뭘 하려는지 떠보는 것인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밖이 무서워 집에 들어오니 어딘가 낯선 목소리가 들리며 나를 취조한다. 너무 무서워 가족들에게 "휴대폰이 해킹되어 감시당하고 있다"고 말해보지만 가족들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고 치료를 언급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러는지, 무섭고 억울하기만 하다. 나를 감시하는 낯선 목소리를 잡기 위해 증거를 모아야겠다.
‘조현병’은 지각, 인지, 사고, 정서, 행동 등 주요 뇌기능들이 조화롭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예전에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리다가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줄이고자 조현병으로 개정했다. 신경전달물질(도파민·세로토닌 등)의 불균형, 고위 기능과 관련된 뇌신경회로의 이상 등 생물학적 문제, 성장기의 심리적 외상같은 심리사회적 문제 등 다양한 기전이 발병에 기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 인구의 약 0.7%에서 발생하며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에 발병해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위 사례처럼 개인의 고통 등 개인의 사회적 기능에 막대한 영향뿐만이 아니라 치료, 사고 등 사회적 부담도 큰 질환이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환각이나 망상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자신과 실제 세계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혼란스러운 경험을 한다. 예를 들어 환각 중에는 실제 자극이 없는데 사람 말소리나 음악이 들리는 환청이 흔하고 이로 인해 혼잣말이나 혼자 웃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망상 중에서는 본인이 위협이나 위해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이 대표적이며 이로써 극심한 불안감이나 정서변화를 경험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사고 과정에서 장애가 생겨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말을 하거나,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매사 의욕이 없고 위생에도 무관심하며 대인관계나 외부 활동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혼자 고립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다양하고 특징적인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조현병 환자들이 많으며 직업 활동도 쉽지 않다.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정신사회적 기능 저하가 더욱 심해져 예후가 좋지 않다. 따라서 경미한 증상이 시작되었거나 발병 위험성이 높다고 예측되는 경우에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항정신병 약물이며, 스트레스 조절 등 심리사회적 중재도 필요하다. 아울러 환자가 여러 증상으로 병을 인식 못 하면 치료를 거부하기에 보호자나 사회적인 개입도 중요하다. 한편 환각이나 망상 등으로 폭력이나 자해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을 받은 이후에는 꾸준히 치료받고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지속형 주사 치료제 등 예전에 비해 약물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도 조현병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박혜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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