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정치학'…前 대통령 사면 때마다 논란

이지은 2022. 12. 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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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연말 특별사면 유력…지난해는 박근혜 전 대통령만 특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올해 연말 특별사면 대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한 일반사면과 달리,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특사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연말 특사 명단을 확정한다. 당일 오후 정부가 특사 명단을 발표하면, 다음날인 28일 0시에 시행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번 특사 대상에는 지난 광복절 특사에서 제외된 이 전 대통령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몰상식한 결정"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이 뭔가"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형기가 무려 15년이나 남아있다"며 비판했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여러 조사 기관이 여론조사를 진행했지만, 반대하는 여론이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논란 속에서도 윤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가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거론됐다가 결국 무산된 8월 광복절 특사 때만 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를 맴돌았지만, 최근 국정 지지율이 40%대에 안착하면서 굵직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단단해졌다.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통합' 효과를 노리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 특사 유력…野는 비판

한국 정치사에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가 단행됐다. 특사를 통해 지역과 계층 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였지만, 그때마다 정치적 논란을 불러왔다. 과거사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되기도 전에 특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결정이 발표된 것은 1997년 12월. 임기 말이었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가 오찬 회동을 가진 후 사면을 발표했다.

국민 대통합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군사 쿠데타와 유혈사태, 부패의 주역들에 대한 특별사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엄정한 신상필벌을 통한 과거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하고 정치 논리에 따랐다"며 비판했다.

두 대통령의 확정판결(1997년 4월)이 나온 지 8개월 만에 사면이 단행됐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집권당 내에서는 확정판결 전부터 사면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수면으로 드러난 것은 그해 가을부터로, '추석 특사'는 무산되고 결국 '성탄 특사' 형태로 발표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역대 전 대통령 특사 때마다 논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말, 전 대통령 특별사면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만이 지난해 말 특별사면 대상이 됐고, 이 전 대통령은 대상에서 빠졌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보다 건강 상태와 수감 기간 측면에서 사면 대상에 더 부합했고, 국민 여론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더 우호적이었다는 점이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이 전 대통령 특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 전 대통령의 특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정부에서 수감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결자해지' 측면에서도 특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임기 말 사면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의 특사는 윤석열 정부의 숙제로 넘어왔다.

대통령의 권한인 특별사면은 대체로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진행되지만, 특정인을 사면한다는 특성상 결국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측근 사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사면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의 사면이 '측근 사면'의 안 좋은 사례로 꼽힌다.

특사 제도 개선 필요성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으나 실제 개선 움직임은 미미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특별사면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뚜렷한 성과가 나온 적은 없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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