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후원도 진출했는데…가상화폐 위기에 왜 스포츠는 울상 짓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명승부가 펼쳐진 경기장 곳곳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로고가 담긴 광고판이 내걸렸다. 아르헨티나 주장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카타르 월드컵 득점왕 프랑스 에이스 킬리앙 음바페가 골을 넣은 뒤 달려간 장면 속에도 그 광고판이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의 광고판은 가상화폐 업체들이 스포츠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가상화폐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자금 확보가 어려웠던 스포츠 시장에 이른바 '큰 손'으로 등장해 적극적으로 후원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을 하면서 위기에 봉착했고 글로벌 스포츠 시장도 그 타격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 가상화폐-스포츠, 얼마나 연결돼 있길래가상화폐 업체와 스포츠 산업의 협력은 최근 수년 새 급격히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8일 스포츠 산업의 상업 계약 사항을 추적한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FTX는 지난해 스포츠 후원에만 1억달러(약 1300억원) 가까이 지출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에 나선 크립토닷컴은 지난해 1억4400만달러를 스포츠 산업에 쏟아부었고, 스포츠 관련 블록체인 플랫폼인 소시오스닷컴도 1년간 1억3200만달러를 후원했다.
스포츠 종목별로 보면 지난해 가상화폐 업체들이 축구에 쏟아부은 후원금만 3억3090만달러 수준이다. FTX는 올해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후원하기 위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이어 농구(1억3850만달러), 종합격투기(MMA·5190만달러), e스포츠(4300만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업계가 이처럼 스포츠 산업에 자금을 쏟아부은 이유는 광고 효과 때문이다. 가상화폐 업계는 팬층이 두꺼운 축구 등 프로 스포츠에 후원하면서 대중들에 접근,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가상화폐 업체 광고에 속속 등장했다. FTX의 광고에는 미국프로풋볼(NFL)의 톰 브래디와 미국프로농구(NBA) 스테픈 커리 등이 출연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인 메시는 지난 3월 소시오스닷컴의 홍보대사가 됐다. 소시오스는 파리 생제르맹과 유벤투스 등 세계 유력 축구 구단과 디지털 자산인 팬 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포르투갈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지난 6월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대체불가토큰(NFT)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가상화폐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 후원 계약 깨고, 신용등급 하락 위기까지가상화폐 업계와 스포츠 시장의 연대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며 이 연대가 1차로 흔들렸고, 지난달 FTX가 파산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산업 내 위기가 불어닥치자 가상화폐 업체들의 유동성도 얼어붙었고 스포츠 산업에 대한 후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블룸버그는 "FTX의 붕괴가 한때 수익성이 좋았던 프로 스포츠와 이들의 팬들 잠재 고객으로 봤던 한 업계의 협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체결된 가상화폐 업체의 스포츠 후원 계약 건수는 상반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올해 체결된 가상화폐 업체의 스포츠 후원 계약 161건 중 절반가량은 내년에 계약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리서치회사 IEG의 피터 라츠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내년에는 새로운 계약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 업계의 자금이 줄어들면서 스포츠 시장에서는 벌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시아 가상화폐 거래·대출 플랫폼인 앰버그룹은 이달 초 EPL 첼시FC 후원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앰버그룹은 지난 5월 연간 2000만파운드(약 313억5000만원)의 가치로 평가된 첼시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으나 이후 가상화폐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9일 이탈리아 프로 축구팀인 FC 인터밀란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원사인 가상화폐 업체 디지털비츠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1600만유로(약 219억원)의 보너스를 받지 못한 상태인데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2024년 인터밀란의 후원금이 5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S&P는 후원사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FTX와 경기장 명칭을 'FTX 아레나'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한 후원 계약을 맺었던 MBA 마이애미 히트가 지난달 이를 중단할 법적 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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