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마주한 롯데의 2022년, 전력보강으로 도약 꿈꾼다
[유준상 기자]
지난 10월 8일 토요일, 부산이 들썩였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의 은퇴경기 및 은퇴식이 열린 날이었다.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났고,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온라인에서는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에 '암표'가 판매되기도 했다.
2020시즌 종료 후 구단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2년을 더 뛰게 된 이대호의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었다. 야구선수라면 한 번쯤 팀의 우승과 함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상상을 할 수 있겠지만, 국내 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는 이대호에게는 더 간절했다.
▲ 은퇴 시즌을 치른 이대호는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없었다. |
ⓒ 롯데 자이언츠 |
이대호의 분전에도 소용이 없었던 롯데
롯데는 2022시즌을 앞두고 홈 구장 공사로 크고 작은 변화를 주었다. 구장이 더 넓어짐과 동시에 담장 높이도 상승했다.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투수들이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었으면 하는 구단의 생각이 반영돼 이러한 결정이 이뤄졌다.
홈 경기 피홈런 개수는 44개로, 리그 전체에서 세 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사직에서 허용한 홈런이 무려 72개에 달한 것을 감안했을 때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타자들의 홈 경기 홈런 개수 역시 지난해 51개→올해 39개로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피홈런 개수만 줄었을 뿐 2루타(141개)나 3루타(14개) 등 장타 허용 자체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롯데의 홈 경기 평균자책점은 5.17로, 10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5점대를 기록한 팀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성담장'은 사실상 실패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장의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낼 정도의 전력이 아니었다. 타선에서는 규정타석에 진입한 타자가 단 네 명이었는데, 그나마 시즌 내내 꾸준했다고 할 수 있는 선수는 이대호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팀 내 1위를 차지했다.
▲ FA 영입으로 팀에 가세한 유강남(왼쪽)과 노진혁(오른쪽) |
ⓒ 롯데 자이언츠 |
결국 롯데의 2022시즌 최종 순위는 8위였다. 가을야구 경쟁을 끝까지 해보려고 힘을 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외부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롯데는 기존에 있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젊은 선수들 위주로 버티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FA 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철저하게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포지션에 초점을 맞춰서 계획을 세운 결과, '건강한 포수' 유강남과 '공격력·수비력 겸비한 내야수' 노진혁을 품었다. 두 선수의 총액은 각각 80억 원, 50억 원으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력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FA 영입으로 만족하지 않은 롯데가 집중한 것이 있다면 바로 '방출 선수' 영입이다. 투수 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차우찬, 포수 이정훈, 외야수 안권수까지 무려 6명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부분 1군 경험을 충분히 쌓은 '즉시전력감'으로 평가 받는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올해 정규시즌 후반기를 책임졌던 선수들이 그대로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잭 렉스까지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5강 싸움을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탰던 선수들이다.
안정적으로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만큼 2023시즌 롯데의 성적 예상을 놓고 중위권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 이루지 못한 이대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후배들이 팀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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