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너지·금리·채권 ETF 수익률 고공행진
전쟁·인플레이션·고금리 등으로 안정형 상품 각광
인터넷·게임·배터리·바이오 등은 최악의 성적표 받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지난해 '차이나(China)' '전기차' 등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빛을 봤다면, 올해는 에너지·금리·채권 등 안정형 ETF가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과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인상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안정형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다.
에너지 기업 관련 ETF 부상,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급등
2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ETF 종목은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다. 지난해 12월20일 기준 7585원이던 이 종목은 이달 20일 종가기준 1만2430원으로 1년새 4845원(63.88%)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거래량은 1413만3814좌, 거래대금은 1580억원이다. 에너지 관련 ET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원유 가격과 함께 올 들어 고공행진을 했다. 최근 들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에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에너지 관련 ETF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올 한 해 가장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 2X 합성 H(53.02%), TIGER 200선물인버스2X(52.11%), ARIRANG 200선물 인버스 2X(51.44%), KOSEF 200선물인버스2X(51.45%) 등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품도 급등했다. 주요국 긴축 재정과 기업 실적 악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대금 순으로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가 지난 1년간 121조1751억원어치가 거래되며 1위에 올랐다. 거래량은 415억좌다. 이어서 KODEX레버리지(97조1572억원), KODEX 200(56조4540억원), KODEX 코스닥 150 선물인버스(43조8876억원), KODEX 인버스(35조6424원) 등이 활발하게 거래됐다.
최근에는 단기금리 및 채권형 ETF 상품이 부상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금리형 ETF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이달 들어 연기금이 CD금리(AAA급 시중은행 발행 91일물 기준) ETF의 매입 규모를 급격하게 늘린 것이 관측됐다. 연기금은 CD금리 관련 ETF를 10월 38억원, 11월 18억원 순매수하다 이번 달에는 갑자기 300억원대로 순매수액을 늘렸다. 연기금이 CD금리 ETF를 사들이는 것은 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라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채권형 ETF의 자산 매력도가 증가했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경기 둔화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운용사들이 다양한 채권형 ETF를 선보이면서 최근 채권형 ETF 규모가 1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장기 채권ETF는 예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지수 추종 펀드 거래 중단, 뉴딜 펀드 최악의 수익률
등락률 기준 최악의 ETF는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다. 지난해 12월20일 1만120원로 출발한 이 ETF 상품은 이달 20일 종가 기준 2965원로 70.7% 하락했다. 뉴딜 펀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분야 핵심 정책으로 주목받았지만, 정권 교체 여파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으로 인터넷·게임·배터리·바이오 등 대표 성장주 침체라는 복합 악재를 만나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어서 ACE 러시아 MSCI 합성(-67.83%), ACE 베트남 VN30 선물 블룸버그 레버리지 H(-61.34%), TIGER KRX인터넷K-뉴딜(-59.61%), KODEX 코스닥 150레버리지(-58.43%) 등도 큰 폭 하락했다. 러시아 지수를 추종하는 ACE 러시아 MSCI(합성) ETF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매매거래 중지 상태다. 또 일반 ETF보다 2~3배 투자 효과를 내는 레버리지 ETF는 하락장에서 손실도 더 크게 냈다.
상장폐지 ETF도 속출했다. KBSTAR 코스피ex200, 파워 중기국고채, SOL 선진국MSCI World(합성 H),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등의 ETF 상품이 상장폐지됐다.
내년 주목할 분야는 반도체·플랫폼·헬스케어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금리가 정점에 이른 후 다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투명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여부, 공급망 패권을 두고 벌이는 국가 간 경쟁구도를 고려할 때 여전히 에너지, 반도체, 친환경 산업 등 경기 민감 분야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 리서치 부문 본부장은 "금리 급등 과정에서 밸류에이션(가치)이 큰 폭 하락한 성장주 가운데 반도체·플랫폼·헬스케어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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