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교육은 디지털 전환시대 '방역 체계'

최원석 2022. 12.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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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자들이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공공기관과 학교, 대학, 도서관 등에서 각종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각자 가진 현황과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응원을 주고받았다.

이처럼 미디어 교육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식한 지 십수 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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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 문해력은 더 보편적으로 관심 쏟아야 할 필수 역량

[최원석 기자]

▲ 미디어 교육은 디지털 전환기 필수 역량 미디어교육사 학습 자료 표지 갈무리
ⓒ 최원석
12월 초,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자들이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노르웨이·아르헨티나·스페인·미국·호주·필리핀·한국 등에서 모인 교사, 교수, 기자 등 30여 명 넘는 사람이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공공기관과 학교, 대학, 도서관 등에서 각종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각자 가진 현황과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응원을 주고받았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디지털 매체 문해력 향상에 중심을 둔 교육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오는 2023년 한국에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무척 반가웠다.

이처럼 미디어 교육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식한 지 십수 년이 되었다. 언론 신뢰 하락과 저널리즘 회복,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각종 사회현상, 기회만큼 곳곳에 숨어 있는 위험,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게 된 여러 과학기술 발전이 '미디어 리터러시' 전반에 걸쳐 연결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선거·광고·교육·산업·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미국 교육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을 논의하고, 유럽연합에서는 회원국 통합과 발전을 위한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며 미디어 접근과 활용, 참여와 제작 능력을 포함한다. 국내에선 주요 신문 및 방송사의 NIE 교육과 제작물,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의 각종 사업, 또 현장 교사와 강사의 전국적인 활동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 미국 미디어 교육 단체 CML - NATO 온라인 세미나 미디어 교육 단체 CML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가 협력해 선동, 안보, 통합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CML 유튜브 갈무리.
ⓒ 최원석

   
그 결과, 국내에서도 미디어 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청소년이 경쟁력 높은 전문가, 좋은 소비자, 신중한 유권자로 생활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digital media literacy)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는 인재를 기르겠다는 국정과제를 교육 분야에 내세웠다. 이는 OECD 교육 2030 어젠다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21세기 핵심 역량'으로 접근하며, AI를 포함한 디지털 리터러시, 윤리적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고 제안한 방향성과도 유사하다.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핀란드,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더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중이다. 호주와 같이 예술과 국어, 미디어를 융합적으로 연결하는 접근도 여러 정책 담당자들에겐 좋은 참고 사례가 된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발행 미디어교육사 학습 자료 지난 11월 20일, 제1회 미디어교육사 2급 자격시험이 열렸다. 337명이 응시했다.
ⓒ 최원석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시행한 제1회 미디어교육사 시험은 큰 진전이다. 미디어교육 현장 교육자와 활동가의 전문성 향상을 목표로, 미디어와 교육 분야의 기본 이론과 현황, 또 학습과 수업 방법을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시험 준비 자료에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 또 강사와 활동가에게 필요한 주요 지식이 균형감 있게 담겨 있다.

지식 평가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실천할 지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므로, 초중등 교실과 대학, 학부모 및 어르신 대상 기관과 같이 그 시급성이 높은 영역에서 특히 그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매년 가을 유네스코(UNESCO)에서 주관하는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주간(MIL Week)에서 자랑스레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국제적인 성과다. 이렇듯 전문성과 체계성을 갖춘 미디어 교육 환경을 갖추는 데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았다.

앞서 살펴본 조건과 환경이면 미디어 교육을 시행하는 데 충분할까? 사회 각계 관심과 지원이 여전히 중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더 보편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과 재원, 논의 공간과 협력 사례가 나와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이 디지털 매체 문해력을 갖출수록, 우리는 여러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또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착취 비밀 대화방이나 딥 보이스 사기와 같은 디지털 기반 범죄 예방, 허위정보 현상과 극단적 정치 선동을 인지하는 공익적 캠페인, 또 고령화·다문화·인구 감소 시대에 나타나는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인재 양성도 미디어 교육이 다루는 역량과 주제에 이어져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문화적 이해와 감수성을 갖춘 콘텐츠 제작, 기초학력 차원의 복합적 문해력 계발 또한 미디어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다.
 

▲ 미디어교육사 학습자료 내용 미디어교육사 학습자료는 모두 600페이지 분량으로, 미디어 전반에 관한 이론적 이해를 돕는 정보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관련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균형감 있게 담고 있다.
ⓒ 최원석

 
이렇듯 미디어 교육은 디지털 전환시대에 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종의 '방역 체계'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그 교사와 보호자가 겪는 '현재'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더 비판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노력이다.

미디어 교육사 제도와 같은 체계적인 인력 양성, 공공기관과 시민사회의 네트워크와 협력, 무엇보다 더 많은 정부 부처 및 언론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투입될 때 이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이런 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와 활동가가 자발적으로 나누는 시간과 노력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또 협업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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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원석씨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 전 YTN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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