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자신을 느끼세요, 판단하지 마세요!

기고자/이상혁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 12. 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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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힘>
52세 폐암 환자가 내원하였습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 했습니다.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좋은 편이라고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도, 상태가 악화되진 않을까 계속 걱정이 된다 호소했습니다. 암 발병 전에는 회사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는 책임감 있는 직장인이었고, 집에서도 누워서 쉬기보다는 설거지도 하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가장이셨습니다.

폐암이 걸리고 나서는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왜 암에 걸렸나’라는 자책감과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힘들었듯이, 내가 죽고 나면 자식들이 힘들겠지’라는 압박감이 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집착도 강해졌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병이 악화될까 두려웠고, 의사가 하는 긍정적인 말들에도 믿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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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면역항암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투여하고, 이 분을 지켜보았습니다. 심리적인 특성을 고려해 운동을 권했는데, 자기 관리를 할 만한 기운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명상도 권해봤지만 ‘명상은 제대로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무리 명상을 해도 좋아지는지 모르겠다’며 이마저도 어려워하셨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 분이 “명상을 아주 열심히 하면서 말로는 저래요”라며 제게 귀띔해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환자는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분이셨습니다. 그럼에도 암에 걸려 자신의 인생이 부정 당하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자신이 명상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명상은 잘하고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노력하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됩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명상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완벽주의적인 생각들을 흘려보내고, 내가 노력하는 마음과 행동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명상을 하면서 ‘이게 맞나?’ ‘명상을 잘못하면 어쩌지?’ 의문을 갖지 마세요. 지금 현재의 어떤 것이든 집중하고 알아차리면서 순간순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그만입니다.

따로 시간과 공간을 내는 게 어려운 분들이라면, 있는 그 자리에서 주변에 있는 사물을 바라보기만이라도 하세요. 화분 등을 바라보는 시간을 3분 정도 가지되 세상에서 처음 본 것처럼 호기심을 갖고 이곳저곳을 쳐다보십시오. 색깔은 어떤지, 모양은 어떤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어떤지…. 자세히 살피다 보면 정말 새롭게 보입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알아차리세요. 이조차도 어렵다면, 눈을 감고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 환풍기 소리, 타자치는 소리, 음악소리, 정수기 소리 등이 들릴 겁니다. 3분만 이런 소리들에 집중하면 마음이 변화합니다.

이것도 어려우신가요? 이 닦을 때 칫솔이 닿는 느낌, 칫솔질하는 방향을 바꾸려는 마음, 잇몸의 느낌, 치약의 맛에 집중해 보세요. 식사할 때 느껴지는 맛, 쌀밥의 식감, 반찬의 냄새 등에 집중하세요.

걷기명상도 좋습니다. 다리의 감각을 느껴 보세요. 천천히 걸으면서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왼쪽, 오른쪽 발바닥의 느낌이 느껴지고 익숙해지면, 왼쪽 엄지발가락부터 오른쪽 새끼발가락까지 집중의 대상을 옮겨 보세요.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명상은 무궁무진합니다. 위의 환자분은 이 같은 방법으로 명상을 지속하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명상을 시작하고부터는 증상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모든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악화에 대한 걱정은 흘러가게 내버려둘 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 주변을 산책하면서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호흡하고 있는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존재의 기쁨까지 얻었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제는 알 것 같다고요.

자신에 대해 판단하지 마세요. 뭘 하든 ‘나’라는 존재는 옳습니다. 명상을 통해 순간순간 존재하는 자신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명상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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