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잉키넨 음악감독 “우리만의 색깔 만들것”
"내년 선곡 방향은 다양성" 말러부터 월튼까지 다양한 레퍼토리 선봬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방대한 레퍼토리들을 소화하며 KBS교향악단만의 스타일을 공고히 만드는 것, 객원 지휘자로 어떤 분이 와도 우리가 만든 목소리와 색깔을 더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2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KBS교향악단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 "어떤 레퍼토리를 소화해도 제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경청하고 열린 자세로 반응한 점"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끝없는 배움을 요구하는 만큼 완벽히 준비됐다고 할 순 없지만, 더 많은 진전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잉키넨 감독은 핀란드 출신으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2003년 바이올린 전공 과정을, 2005년 지휘 과정을 졸업했다. 15세에 처음 지휘봉을 잡은 뒤 27세 때 뉴질랜드 심포니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는 등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 1월 KBS교향악단의 제9대 지휘자로 취임해 3년 임기 중 1년을 보냈다.
잉키넨 감독은 취임 첫해인 올해 핀란드 거장 시벨리우스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KBS교향악단을 통해 펼쳐냈다.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과 한국에 초연된 합창교향곡 '쿨레르보' 공연에서 고국 핀란드 음악의 전통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했다.
그는 "시벨리우스 작품은 그의 생각을 더 이해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왜 이렇게 작품을 썼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원들에게 이를 거듭 설명하며 그 이해를 돕는 게 제 역할인데,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제 아이디어를 언제든 경청하고 반응해줘서 시벨리우스의 역사를 쌓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KBS교향악단은 내달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786회 정기연주회로 신년 첫 무대를 선보인다.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잉키넨 감독은 내년에도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1월 첫 공연은 말러의 '교향곡 제5번'으로 시작한다. 올해 연주한 말러 교향곡 7번의 연장선이다. 그는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성과 약간의 놀라움을 선사하는 선곡"이라며 "새롭게 시즌을 여는 말러 교향곡 5번은 훌륭한 작품이고, 또 한국의 재능있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을 비롯해 내년 프로그램에서 KBS교향악단은 파스칼 로제, 알렉세이 볼로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미도리, 길 샤함 등과 협연을 앞두고 있다.
총 5번의 무대에 오르는 잉키넨 감독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월튼의 '교향곡 제1번'과 함께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합창'으로 내년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0월 26일 선보이는 영국 현대음악가 윌리엄 월튼의 교향곡 1번은 잉키넨 감독에겐 감회가 남다른 작품이다. 20대 시절이었던 2001년 자신의 지휘자 이력을 본격적으로 열어준 이 곡에 대해 그는 "헬싱키 필하모닉에서 이 곡을 지휘하며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곡은 잉키넨 감독의 지휘로 국내에서 초연된다.
잉키넨 감독은 바그너의 작품들도 전문 성악가들의 섭외를 전제로 무대에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 오페라 상연은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는 한 막(幕)을 올리게 될 것"이라며 "바그너 전문 가수는 향후 10년의 공연 예약이 차 있을 만큼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장기적 계획을 갖고 작품을 준비해 갈 것"이라고 했다.
앨범 발매와 해외 투어 등의 다양한 활동도 예정돼있다. 잉키넨 감독은 “매 시즌 한 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국가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2024년엔 남미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 출범 10주년을 맞은 KBS교향악단은 내년부터 세계 무대에 한국 클래식을 알리는데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K-Hall’을 통한 독자적 콘텐츠도 확대한다.
이날 한창록 KBS교향악단 사장은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2022년이 KBS교향악단이 지닌 잠재력을 확인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 해였다면, 2023년은 미래 비전을 갖고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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