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과학혁명이 바꾼 근대 세계관

서믿음 2022. 12.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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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만약 그것이 전부라면 관측과 기술을 위한 좌표계를 변환했을 뿐으로,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역산법 및 점성술을 위한 실학이었기 때문에 장치를 사용한 정량적인 관측을 중시했으며, 그를 통해 이론적인 예측의 옳고 그름을 검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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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일본 차세대 노벨상 수상자로 불리는 거장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隆)가 쓴 서구 근대과학 탄생사 3부작의 완결편이다. 15세기 중기부터 17세기까지 이뤄진 북방의 인문주의 운동과 종교개혁을 배경으로 중부 유럽에서 한 세기 반에 걸쳐 전개된 천문학과 지리학, 즉 ‘세계 인식의 부활과 전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16세기 문화혁명과 나란히 진행됐던 천문학 개혁의 전말 추적에 주안점을 둔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제창이 의미하는 바는 단지 지구 중심의 세계상에서 태양 중심의 세계상으로 전환되었다는 것뿐만은 아니다. 만약 그것이 전부라면 관측과 기술을 위한 좌표계를 변환했을 뿐으로,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결정적인 점은 지구를 행성 대열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요컨대 지동설은 그때까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과 우주론 전체의 기본적인 틀, 즉 지상세계와 천상세계가 다른 종류의 물질로 이루어졌으며 서로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전제에 근본적으로 저촉되었다. 따라서 천문학이 지동설을 올바른 태양계상으로 주장한 것은 하위에 있던 수학적 천문학이 상위에 있던 철학적 자연학의 원리를 부정하는 일이었으며, 학문의 서열을 전도해버린 사건이었다. 동시에 무겁고 비활성적이라고 여겨졌던 지구를 운동하게 하는 자연학적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전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서양의 근대에서 세계관의 전환과 새로운 학문의 태동은 고대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과 천문학을 발견해 복원하려는 시도에서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특히 포이어바흐가 『행성의 신이론』에서 표명한 천문학의 부활은 과거에는 분열되어 있었던 철학적인 우주론과 수학적인 천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과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당초부터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적·자연학적 우주론과 수학적·기술적 천문학을 어떻게 하면 통합할 수 있는가였다.

또한 천문학은 중세의 다른 학문과는 다른 특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원래 역산법 및 점성술을 위한 실학이었기 때문에 장치를 사용한 정량적인 관측을 중시했으며, 그를 통해 이론적인 예측의 옳고 그름을 검증했던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자연의 관찰과 측정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 극히 수학적이라는 점에서 시종 고대의 철학자와 교부의 텍스트 해석에 주력했던 중세 대학의 교육과 크게 달랐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설검증형 구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원리로부터의 논증을 가장 우선시하는 중세 대학의 스콜라학적 방법과는 이질적이었다. 또한 실제로 측정 장치를 제작하여 조작한다는 점에서 직인들의 수작업을 멸시하는 중세 지식인의 인식을 초월한 것이었다. - 「제2장 지리학, 천문학, 점성술」 중에서

과학혁명과 세계관의 전환 1 |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 김찬현·박철은 옮김 | 동아시아 | 468쪽 | 2만3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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