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페는 죽었다?①] ‘포화’ 상태였던 록 페스티벌의 현주소
현재는 '펜타포트' 비롯 전국 3개 가량 운영
"록페스티벌 정체성에 의문...입지 좁아지는 록페"
1999년 7월 말, 인천 송도 시민공원엔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의 역사적인 날을 함께 하려는 열기를 가득 담은 행렬이었다.
당시 ‘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가, 이 당에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라는 기치를 내건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Triport Rock Festival)은 드림 시어터, 딥 퍼플,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프로디지 등 외국 유명 밴드들과 시나위, 크래쉬, 크라잉넛, 자우림 등 국내 밴드들을 내세워 국내 록 팬들을 인천 송도로 향하게 했다.
기념비적인 폭우로 첫날 크래쉬, 드림 시어터, 딥 퍼플 등의 공연만 간신히 진행되고 다음날 공연은 모두 취소됐지만,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도약과 음악축제의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같은 해 9월에는 현재 연속적으로 개최되는 최장수 국내 록페 타이틀을 달고 있는 ‘동두천 락 페스티벌’이 동두천에서 개최됐고, 이를 계기로 국내 록 페스티벌이 쏟아져 나왔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부산시가 비용을 대는 무료 축제인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처음 열렸고, 서태지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열어 위성 생중계로 연결한 ‘ETP페스트’도 2001년 처음 시작됐다.
단 한 차례 열리고 사라졌던 비운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2006년에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부활했다. 예스컴에서 이름을 바꾼 아이예스컴과 99년 당시 예스컴에 있다가 독립한 김형일 대표의 기획사 옐로우나인이 공동주최자로 나섰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이후 해마다 꾸준히 열리며 국내에 록 페스티벌 문화를 자리 잡게 했다.
하지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2009년 2개의 페스티벌로 쪼개지는 사태를 맞게 됐다. 갈등을 빚어오던 두 공동주최사가 갈라서면서 아이예스컴 주최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옐로우나인 주최의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동시에 관객을 찾았다. 결과는 해외 밴드 섭외를 주로 맡아온 옐로우나인의 완승이었다. 출연진 이름값이 더 우세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는 ‘록 페스티벌 전성기’로 불렸다. 투자자로만 나섰던 씨제이이앤엠(CJ ENM)이 아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주최사로 나서면서 2012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를 출연시켜 역대 최다 관객인 연인원 11만명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록 페스티벌은 ‘여가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씨제이이앤엠에서 나온 최성욱 대표가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 회장의 피엠시(PMC)에 들어가 2012년 ‘슈퍼소닉’이라는 새로운 록 페스티벌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도심형 페스티벌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기간이 겹치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했다면, ‘슈퍼소닉’은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했다. 첫해부터 스매싱 펌프킨스, 뉴오더, 티어스 포 피어스, 고티에 등 화려한 출연진을 섭외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밖에도 ‘밸리 록 페스티벌’이 지산에서 안산으로 자리를 옮겨가자, 장소를 제공하던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가 독자적인 페스티벌 ‘지산월드 록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고,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을 주최해온 현대카드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음악축제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메탈페스트’ ‘원 핫 데이’ 등 1회성 록 페스티벌도 종종 열렸다.
한때 수도권에만 초대형 록페스티벌이 5개가 격돌하는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과 달리 현재의 록페스티벌 시장은 잠잠하다. 현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동두천 록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말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 남아있는 록 페스티벌마저도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장르적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실상 ‘록 페스티벌’로 불리기엔 민망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회성 페스티벌을 비롯한 록 페스티벌의 성공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레이블 불가마 싸운드 한상태 대표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록 음악이 주류인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록 음악이 갖는 시장성과 장르의 위상에 비해 페스티벌이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게 록 음악만을 즐기는 팬들로는 수입을 창출하기 어려우니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는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록 음악을 즐기는 팬들은 주최 측의 결정에 반감을 가지게 됐다. 국내의 록 페스티벌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록 페스티벌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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