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팬덤 속 다수결…머스크식 '트위터 민주주의'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 격언 인용
일각선 "트위터는 자기 결정 확인용" 비판도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10%를 매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했다. 트위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날지 여부도 결정됐다. 모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수년간 '트위터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한 의사결정이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를 인수한 뒤, 머스크 CEO의 이른바 '트위터 민주주의'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경영에 중대한 CEO직 사임 여부까지 누리꾼 설문조사로 결정했다. 머스크 CEO는 "다수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수백만 팔로워들이 주로 참여하는 엉성한 설문 방식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대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머스크의 거침없는 '트위터 민주주의'
1억2000만명(20일 기준)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머스크 CEO는 수년 전부터 트위터 설문조사를 벌여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1월 게재한 "테슬라 주식 10% 매각" 설문이다. 당시 그가 주식 매각을 고려했던 이유는 세금 때문이었다.
머스크 CEO는 "최근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라며 "이에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에는 350만명의 누리꾼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약 58%가 주식 매각에 찬성했다. 이후 머스크 CEO는 실제로 테슬라 주식 1350만주를 매각, 약 140억달러의 수익을 실현했다.
지난 10월 440억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한 뒤, 그의 '트위터 민주주의'는 더욱 중대하고 논란이 큰 영역으로 옮겨갔다. 지난 11월18일(현지시간)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복구할지 정하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트위터는 지난해 1월 "추가 폭력 조장 위험"을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한 바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무려 1500만명의 누리꾼이 참여했고, 찬반 비율도 팽팽했다. 그러나 복귀 찬성이 51.8%로 반대파를 누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는 약 12시간에 걸쳐 머스크 CEO의 '트위터 CEO 사임'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약 1750만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선 57.5%가 사임 찬성 의사를 표했다.
지금까지 머스크 CEO가 트위터 설문으로 결정된 사항을 거스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대중'의 의사를 존중해 트위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단 2개월 만이다.
머스크 "민중 목소리가 신의 뜻"…일각선 "자기 결정 확인 위해 트위터 이용"
머스크 CEO의 '트위터 민주주의'는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막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 주식 매각부터 CEO 사임에 이르기까지 투표 결과는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보도돼 왔다.
머스크 CEO는 결과에 대한 호오에 상관없이 '민중의 의사'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큰 논란이 불거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 복구 설문 결과에 대해서도 그는 "Vox Populi, Vox dei(복스 포퓰리, 복스 데이:민중의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라는 라틴어 격언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다수결로 정한 민중의 의사는 엄중히 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위터에 머스크 CEO의 계정을 통해 올라온 설문조사는 길어야 12~24시간만 유지되며, 설문을 보고 찬반 의사를 표하는 이는 불특정다수의 누리꾼이다. 게다가 SNS 플랫폼 특성상 설문 참여자는 이미 머스크 CEO의 '팔로워'일 가능성이 크므로 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매체는 그의 트위터 CEO직 사임 여부 설문도 머스크 CEO의 의도대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WP는 "머스크는 자신이 이미 내린 결정을 확인하기 위해 트위터 설문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온라인 설문을 부치기 전부터 이미 CEO직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난 10월 이후 현재까지 테슬라 주가는 1주당 약 260달러에서 149달러(19일 종가 기준)로 급락했다.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재정에 따른 투자자 심리의 위축과 함께,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 신경을 쏟느라 테슬라를 소홀히 할지도 모른다'는 주주의 불안이 복합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라는 지적이 있다. 19일 트위터 CEO에서 사임해야 한다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테슬라의 주가는 장중에 약 5%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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