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제약업계 횡령·배임…“경영관리 재조명해야”
보여주기식 인증 제도로는 개선 불확실
경영진 의지로 내부 경영 관리 시스템 바꿔야
제약바이오업계가 횡령·배임 사건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며 신뢰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경영 관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한 임원이 의약품 원료업체와 거래 내역을 허위로 조작해 비자금 57억원 조성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의약품 원료사와 허위 거래를 하고 원료 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57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은 납품업체 측에서 원료 단가를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신풍제약이 실제 단가에 상당하는 어음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비자금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풍제약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공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매출과 원가를 허위 계산하고 외부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최근 거래가 정지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감사인지정 3년 조치를 비롯해 회사와 전 대표이사 2인, 전 임원2인, 전 담당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서울제약에 27억4900만원, 전 대표이사 등 2인에게 4억77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약 및 헬스케어 업계의 횡령·배임 사건은 하루 이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1월 발표된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2년)사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의 횡령·배임 혐의 공시는 총 121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발생한 사례는 총 16건으로 전체의 약 13.22%를 차지했다.
횡령·배임으로 거래정지를 받았던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경남제약 등이 이미지를 회복하기도 전에 올해 초부터 또 다시 오스템임플란트 1880억원대 횡령, 건일제약 27억원 횡령, 일양약품 주가조작 의혹 등이 이어져 온 것이다.
물론 정부와 업계의 자정 노력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복지부 고시)을 일부 개정했다. 이는 제약회사의 임원이 횡령, 배임, 주가 조작을 하거나 리베이트 금액 500만원 이상이면 3년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거나 인증이 취소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있던 조항에서 리베이트 금액과 적발 횟수를 줄여 규제를 강화했다.
또한 내부감시 강화 및 ESG 윤리경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준법경영시스템 ISO37301’과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 인증 도입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ISO37001만 하더라도 문제가 제기됐던 코오롱, 경남제약 등을 포함해 약 60여곳이 넘는 제약사가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역시 보여주기에 불과한 제도로, 내부 경영관리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횡령사건은 내부에서 자금이나 경영관리를 소홀하게 한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특히 중견, 중소기업들은 특정 인력에 과도하게 권한을 집중시켜 규정이나 프로세스 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 업무를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간에서 회계처리가 제대로 안되더라도 바로 밝혀낼 사람이 없으니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며 “취약한 내부 통제시스템, 만연한 업무 관행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형 기업 인증과 관련된 규제 등 정부에서 횡령·배임·리베이트를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며 “회사 규모에 따라 적합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밖에서도 통제가 가능한 외부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SO 인증 절차는 실상 투명한 영업, 기업 윤리차원에 그친다. 회사의 횡령·배임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쪽 방면으로 문제를 해결할 만한 구체적인 인증 차원이 따로 생긴다면 인증으로 인한 제약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기업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인증 자체에만 목적을 두지 않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 차지하는 옥석가리기 필요하다. 투자자 역시도 해당 산업 냉정한 시각을 갖고 중장기적인 미래가치와 투자가치를 바라봐야 한다. 기업측면에서도 단시간에 자금 조달, 시세차익 노린 비도덕적인 행태를 근절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며 “횡령 등의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특정 기업체가 아니라 산업계 전반적인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 차원의 보다 철저한 기업윤리 요구된다. 담당자, 관리자 등 내부 시스템을 철저하게 보겠다는 기업 윤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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