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립초, 코로나에 경쟁률 급등…전형료 수입 5배 늘었다
6살 아들을 키우는 조모(38‧서울 동대문구)씨는 지난달 서울 사립초에 원서를 접수하면서 총 39만원을 썼다. 한 학교당 전형료는 3만원이었지만,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13곳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원서를 넣은 학교 중 2곳에서 합격 소식을 들으니 40만원 가까운 돈이 아깝지 않았다”며 “중복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10~20곳에 지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립초 입학경쟁률 3년째 증가
서울 사립초의 전형료 수입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립초 38곳의 2020~2023학년도 입학전형료 현황에 따르면 올해 학교당 평균 전형료 수입은 3609만원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716만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
전형료 수입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중복 지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론적으로는 여러 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립초가 같은 날 현장 추첨으로 학생을 뽑고, 입학 대상 학생이 추첨 장소에 없으면 무효 처리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중복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학생 한 명이 열 군데 이상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입학 경쟁률은 3년 연속 증가했다. 2020학년도 2.1대 1이었던 사립초 경쟁률은 2021학년도 6.8대 1, 2022학년도 11.7대 1에 이어 이번에 12.6대 1로 높아졌다.
사립초 입학전형료는 1회당 3만원이지만, 학생‧학부모 선호가 높은 학교는 지원자가 많이 몰리면서 높은 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120명 모집에 2748명이 지원한 경복초가 824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양초(7113만원)‧중대부초(7005만원)‧계성초(6396만원)‧이대부초(6216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입학전형료 액수나 방법 등은 조례에 따라 학교장이 정하는데, 일부 학교는 현금만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등록금 1000만원 넘어도 인기
사립초는 평균 등록금이 850만원이고 비싼 곳은 1000만원을 넘어가지만, 코로나 이후 학습 공백 우려가 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대부분 학교가 대면 수업을 하면서 사립초 인기가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사립초가 낫다’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 맞먹는 등록금을 받는 사립초가 전형료 수익까지 올리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사립초는 이미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등록금을 받고 있는 만큼 전형료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학처럼 전형료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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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처럼 지원횟수 3~4회로 제한해야”
과다한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대입처럼 지원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자녀가 사립초에 지원했다 떨어진 이모(40‧서울 은평구)씨는 “학교 다섯 곳에 지원했는데, 모두 탈락했다”며 “5개교 중 1~2곳은 코로나 이전에는 미달일 때도 있었는데, 중복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률이 올라갔다. 진짜 원하는 학교 3~4곳에만 지원할 수 있게 제한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초도 추첨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다. 원 회장은 “비대면 추첨이 학교·학부모 모두에게 편리하지만, 경쟁 과열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울시교육청에 유치원 ‘처음학교로’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 때는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추첨을 했지만,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상황에서는 대면추첨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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