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가구 거실 훔쳐 본 해킹범… 잡고 보니 IT 보안전문가

김용현 2022. 12. 2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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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내장된 아파트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를 해킹해 집 내부가 찍힌 영상을 팔아넘기려던 정보기술(IT) 보안전문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월패드 프로그램을 해킹해 촬영물을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게시해 판매하려고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30대 이모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11월 전국 638개 아파트의 월패드를 중앙관리하는 서버를 해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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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패드 해킹 후 불법촬영 판매 시도
영상 213개·사진 40만장 등 달해
식당 무선공유기로 범죄 경로 숨겨
박현민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장이 20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월패드 해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이 검거했다고 밝힌 30대 보안전문가 이모씨는 월패드 프로그램을 해킹해 촬영물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판매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카메라가 내장된 아파트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를 해킹해 집 내부가 찍힌 영상을 팔아넘기려던 정보기술(IT) 보안전문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킹된 영상 중에는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것도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월패드 프로그램을 해킹해 촬영물을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게시해 판매하려고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30대 이모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월패드는 집 내부 거실 벽면에 부착돼 외부 방문자 확인 및 방범·방재·조명제어 기능 등을 수행하는 태블릿형 기기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40만4847가구에 이른다. 경찰은 월패드 16개에서 촬영된 영상 213개, 사진 약 40만장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해외 웹사이트에서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 등이 확산하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씨는 지난해 8~11월 전국 638개 아파트의 월패드를 중앙관리하는 서버를 해킹했다. 대부분 아파트는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어 해커가 중앙관리 서버만 뚫으면 전 가구의 월패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파트 월패드를 자동으로 해킹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다.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당과 숙박업소 등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해킹하고 경유지로 활용해 범죄 경로를 숨겼다. 실명 인증이 필요 없는 해외사이트 판매처를 이용해 신원 특정도 어렵게 했다. 이씨는 과거 언론에 보안전문가로 나와 월패드 해킹의 문제점을 직접 설명한 적도 있다.

그는 해킹으로 입수한 영상과 사진을 지난해 11월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그는 몰래 촬영한 동영상의 일부 화면 등을 샘플로 올리고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며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영상이 실제 판매됐거나 제3자에 제공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월패드 보안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한 일”이라며 성적 목적 등의 범행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실제 영상을 판매하려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이씨에게 성범죄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16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규봉 국수본 사이버테러수사대장은 “판매 목적 등을 더 면밀히 수사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월패드나 중앙관리서버의 악성프로그램을 삭제하고 포맷시켜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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