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 침체 기로에 있다”는 한은 총재의 발언

2022. 12. 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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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대폭 낮춘 데 이어 총재가 우리 경제가 사실상 불황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직접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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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대폭 낮춘 데 이어 총재가 우리 경제가 사실상 불황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직접 거론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경기 우려가 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물론 고물가에 대한 고삐도 계속 죄고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3.5%로 예상했는데 이 총재가 이를 “경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연 3.25%)가 도달할 목표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이날 국채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내년 통화정책도 올해처럼 물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게 일종의 의무인 만큼 이 총재의 발언이 이례적이라 할 순 없다. 오히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기에 그에 맞는 정책 운용을 하려고 한다”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든다면 경기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행간의 의미로 보면 매파적 성향을 거두지 않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한은 전망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올해 5.1%에서 내년 3.6%로 크게 낮아진다. 물론 물가안정목표(2%)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지만 체감물가 수준은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 수입물가를 자극했던 고환율 현상도 최근 해소되는 추세다. 반면 성장과 고용면에서는 한파 경고음이 거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취업자수 증가폭이 올해에 비해 10분의 1 토막이 날 것으로 봤다. 기업들은 일찌감치 긴축 경영에 나섰고 잘 나가는 은행권조차 3000여명의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다. 올 3분기 국내 대기업 공장 가동률은 78.4%로 지난해 동기(80.5%)는 물론 역성장을 보인 2020년 3분기(79.4%)보다도 낮았다. 국가 재정은 올해까지 3년째 100조원 안팎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재정 정책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금리 결정, 기업 규제 완화 등 한은과 정부의 정책 조합이 중요한 이유다. 내년 상반기의 경제 춘궁기를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한국호의 미래가 달렸음을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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