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년 회견 보류…대통령-국민 소통은 많을수록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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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신년 회견 대신 부처 업무보고로 대체
국민패널도 좋지만, 다양한 언론과 소통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회견은 열리지 않을 모양이다. 신년 회견 개최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대통령실이 실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15일 156분간 생중계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신년 구상이 이미 상당 부분 국민들에게 전달됐고, 필요한 내용은 오늘 시작되는 정부 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들과 추가로 소통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한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도입된 신년 회견은 역대 정권을 거치며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물론 모든 대통령이 신년 회견을 매년 꼬박꼬박 실시한 건 아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회견 대신 청와대 참모들만 참석하는 신년 국정연설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기조를 국민들 앞에 밝히고,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신년 회견은 기탄없는 소통의 장으로서 무게감을 키워 왔다. 2014년 신년 회견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2020년엔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국의 중심에 섰다. 문 전 대통령이 올 초 코로나19 재유행을 이유로 신년 회견을 보류하자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줄곧 소통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을 스스로 브리핑하면서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다. 집무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MBC와의 극한 갈등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을 61차례나 소화하며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몇몇 발언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소통에 대한 윤 대통령의 뚝심은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윤 대통령이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계기였다. 하지만 신년 회견은 다양한 논조와 이념적 스펙트럼의 모든 언론들에 참가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엄선된 국민 패널만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점검회의와는 형식과 내용적 깊이가 다르다. 신년 회견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용산의 결정에 언론들이 쏟아낼 불편한 질문들을 피하고 싶다는 고려가 작용하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정권과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넘어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까지 의심받아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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