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 필요해”…송혜교가 살벌해졌다

민경원 2022. 12.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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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공개되는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이 일생 동안 계획한 복수를 펼쳐나가는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고등학교 1학년 딸이 엄마 김은숙 작가에게 던진 질문이다. 20일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 작가는 “그 순간 너무 충격이었는데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가 확 펼쳐졌다. 그 길로 작업실에 가서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SBS ‘파리의 연인’(2004)부터 tvN ‘도깨비’(2016)에 이르기까지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써온 김은숙이 장르물에 도전하게 된 계기다. 김 작가는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대부분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과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구나, 그래야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구나 싶은 마음에 ‘영광(Glory)’이라는 뜻의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숙

‘더 글로리’는 김은숙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도 김은숙의 전작을 까맣게 잊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학교 폭력으로 몸이 성한 데가 없고 영혼도 부서졌지만, 부모·교사·경찰 등 사회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한 열여덟살 문동은(송혜교)이 일생을 바쳐 계획한 복수를 서른여섯살이 되어 차근차근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다” 등 동은이 툭툭 던지는 대사마다 가슴이 설레는 대신 아리다.

1996년 데뷔해 로맨스물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송혜교로서도 첫 장르물 도전이다. KBS2 ‘태양의 후예’(2016) 이후 6년 만에 김은숙 작가와 재회한 송혜교는 “그동안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장르와 캐릭터다.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는데 드디어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동은이 무방비 상태에서 상처를 받고 아픔을 받았다면, 성인이 된 동은은 오랜 시간 동안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불쌍한 모습보다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냉철한 복수극을 쓰는 것보다 달달한 로맨스가 튀어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극 중 주여정(이도현)과 문동은은 연대 혹은 연애 중간 어디쯤인데 두 사람이 너무 예뻐서 대본을 쓰다 보면 자꾸 환해지고 벚꽃이 날리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tvN ‘비밀의 숲’(2017)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은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로맨스가 사라진 자리는 다양한 감정을 기반으로 피어난 연대가 채운다. 병원장 아들로 태어나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주여정,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매 맞지만 명랑한 년” 강현남(염혜란)이 함께 칼춤을 추는 동반자가 되어준다.

첫 넷플릭스 시리즈에 도전한 만큼 해외 반응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김 작가는 “학교 폭력은 한국뿐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일이기 때문에 가해자나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운 한국 콘텐트인 ‘오징어 게임’ 다음도 좋고, 이제 복수극은 ‘존 윅’ ‘테이큰’ ‘더 글로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 16부작으로 파트 1은 오는 30일, 파트 2는 내년 3월 공개 예정이다. 19세 이상 시청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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