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파파’ 박항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베트남의 축구 영웅 박항서(63)감독의 ‘라스트 댄스’가 시작된다.
내년 1월 베트남 감독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박 감독이 20일 개막한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에서 마지막 우승 도전에 나선다. 스즈키컵에서 명칭이 바뀐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린다. AFF 소속 10개국이 출전해 5개국씩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 결승전은 내년 1월 13일과 16일에 열린다.
미쓰비시컵은 박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2018년 이 대회에서 베트남에 10년 만의 우승을 선사하며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미쓰비치컵은 2년 주기로 열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년 늦게 열린 지난해 대회에선 4강전에서 라이벌 태국에 패해 2연패를 놓쳤다. 올해 대회는 박 감독에게 고별의 무대이자 설욕의 무대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 반열에 올려놓았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해 겨울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우승을 달성한 뒤 이듬해 AFC 아시안컵 8강행을 견인했다. 또 ‘동남아시아 올림픽’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 축구에서 60년 만의 우승에 이은 2연패(2019·21)를 달성했고,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박항서 감독은 때로는 아빠처럼, 때로는 큰형처럼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파파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베트남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흠집 내기에 나설 땐 “비판은 나에게 하라. 우리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며 제자들을 감쌌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후 한국인 지도자가 동남아시아 무대로 잇따라 진출했다. 미쓰비시컵에 참가하는 10개국 중 한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신태용), 말레이시아(김판곤) 등 3개국이다. 일본이 자금력을 앞세워 장악한 동남아시아 축구 시장에 ‘박항서발 한류’가 뿌리내리는 중이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난 5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비전을 그리는 과정에서 베트남축구협회(VFF)와 갈등도 있었다. 박 감독은 “제2의 기회를 준 베트남을 위해 유소년 선수 육성에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B조에서 말레이시아·싱가포르·미얀마·라오스와 경쟁한다. 결국 A조에 속한 태국과 우승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와 벌이는 한국인 지도자 대결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은 21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각) 라오스와 B조 1차전을 벌인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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