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북극이 화났다…플로리다주 0도, 영국선 동물원 레서판다 동사

천권필 2022. 12.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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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서판다

강력한 한파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을철에 이상 고온을 유지했던 유럽은 이달 들어 기온이 급락하면서 폭설과 한파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12년 만에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아쳤고, 윌트셔주의 동물원에서는 레서판다 두 마리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숨을 거뒀다.

미국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남부 지역까지 북극 한파가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기상특보를 통해 “미시시피주 남부와 루이지애나주 남동부에 다가오는 북극 전선은 극심하고 장기적인 추위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인 플로리다주 역시 일부 지역의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지면서 30여 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으로 예고됐다.

이렇게 북반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한파가 덮친 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쪽의 한기(寒氣)가 동아시아와 북미 대륙 등 남쪽 곳곳으로 쏟아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경우 주변에 강력한 고기압능(기압이 능선처럼 솟아오른 부분)이 형성되면서 동서로 공기 흐름이 막히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우랄 산맥 부근에서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북극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는 고속도로가 뚫렸고, 태평양 쪽에도 벽처럼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한파가 지속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이게도 한파는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 온난화 속도보다 4배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북극의 기온은 20세기 이후 6번째로 높았다. 문제는 북극이 뜨거워질수록 찬 공기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의 세력이 점점 더 약해져 북극 한파의 길을 남쪽으로 열어준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엄청 추워지는 등 겨울 내에서도 기온의 변동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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