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리고 하늘로 간 아내” 병실을 밝힌 권사님의 끝없는 사랑
“남편의 믿음을 세우기 위해 아내를 하나님이 보내셨고, 아내는 폐암으로 치료받으며 고생하다가 남편인 나를 살리고 먼저 하나님 나라로 갔습니다.”(아내 장례식장에서 남편의 마지막 인사말 중)
A집사님은 공주시 공무원으로 일하시던 중 얼굴과 몸에 이상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가 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는 집사님께 사망선고처럼 다가왔습니다. 남편이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아내 B권사님은 섬기는 교회에서 기도를 쉬지 않으셨습니다.
얼마 후 하나님께서는 권사님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남편에게 간 이식을 해 줄 수 있는 기여자가 나타났고, 이어진 수술 역시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권사님은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이 권사님 인생에 주신 최고의 선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수술 이후 집사님의 회복속도도 좋았고 건강도 수술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권사님은 저와 원목실 식구들을 볼 때마다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남편의 믿음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살려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 남편이 과거 탕자와 같은 자녀가 아니라 하나님의 존귀한 자가 되어 자신을 살리신 하나님께 예배하며 증거하는 삶을 살게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모든 것이 원목실 사역자분들과 교회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입니다.”
부부가 병실 창가에 앉아 기도하시던 모습, 예배 때마다 몸에 달린 수많은 링거 폴 대를 끌고 예배실로 오시던 모습, 항상 제일 앞자리에 앉아 찬송을 부르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집사님은 퇴원하셨고, 정기적으로 내원해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맞으면 원목실에 오셔서 기도하고 수요예배도 참석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어느 해 겨울, 이번에는 권사님께서 입원하셨습니다. 입원 사실을 듣고 원목실 사역자들은 몹시 놀랐습니다. 과거 남편이 입원하고 있을 때 권사님은 자신이 건강해야 남편을 돌볼 수 있고 남편의 신앙생활도 더 바르게 세워갈 수 있다고 하시며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 폐암 4기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절망의 상황이 나에게 찾아왔을까요.” 권사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며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며 마음의 불안과 직면하고 다시 평안을 찾기를 반복하셨습니다. 무너진 마음과 연약한 육신의 모습은 더 이상 건강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권사님은 남편이 아플 때 입었던 환우복이 자신에게 입혀지고, 몸에는 암과 싸우는 약물들이 주렁주렁 달리고, 팔다리는 수혈과 검사를 위한 주삿바늘에 수시로 찔리고, 폐 기능 검사를 위해 입에 넣은 관이 폐까지 내려가는 동안 느끼는 통증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암을 받아들이면서 권사님은 예수님만을 생각하셨습니다. 머리에 가시관 쓰신 예수님, 허리에는 창 자국, 손발에는 굵은 못 자국이 남은 예수님, 채찍에 맞아 쓰러지시는 예수님,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신 주님을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치료받기 위해 버티지만 예수님은 스스로를 죽이시고 남을 살리기 위해 고난을 받으셨잖아요.” 그렇게 권사님의 믿음은 나날이 새로워져 갔습니다.
금요일 오후마다 원목실에서 함께 찬양을 드리고 기도하는 시간은 권사님의 신앙을 깊어지게 만드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병실을 찾아다니며 다른 환자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권사님은 다른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예수님이 나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권사님은 자신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전도해야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권사님의 남편처럼 간암 환자에게 복음을 전한 결과 그가 예수님을 믿겠다 결단하는 열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간암 환자는 세례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세례받은 환자는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여 병원 사역자와 권사님 내외와 함께 식당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기뻐했습니다. 그 후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아 그 환자는 하나님의 나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권사님의 사랑은 더 짙어져 갔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에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벌꿀을 사서 병원 사역자들에게 나누고, 병실에서 우유를 나눠주고, 간호사실에 커피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발톱과 손톱도 빠져나가고, 자신의 몸이 하나님 앞에서는 분토만도 못하다고 고백하던 권사님은 그렇게 기도로 살다가 성탄절 며칠을 앞두고 하나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내가 저를 살리고 죽었습니다. 저에게 예수님 더 잘 믿고 이 땅에서 신앙생활 하다가 천국에서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울지 말라고….”
권사님이 병원에 있는 동안 자주 부른 찬양은 ‘나의 남은 생애는’이라는 곡이었습니다.
나의 남은 생애는 복음의 편지 되어 살리라
나의 남은 생애는 섬김의 향유되어 살리라
나의 남은 생애는 주님의 기쁨 되어 살리라
나의 남은 생애는 사랑의 샘물 되어 살리라
일 년을 살지 한 달을 살지 모를 나의 남은 생에
주님이 주신 사랑 주님이 주신 은혜 빚을 갚으며 살리라
나의 남은 생애는 은혜의 통로 되어 살리라
나의 남은 생애는 축복의 통로 되어 살리라
일 년을 살지 한 달을 살지 모를 나의 남은 생에
범사에 감사하며 쉼 없이 기도하며
주님 뜻대로 살리라 나의 남은 생에는 하늘에 속한 자로 살리라(김창진 건양대병원 원목)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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