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발부 신중한 판사…檢 30시간 만에 이임재·박희영 영장 청구
검찰이 1차 영장 청구 후 19일 만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4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특수본)는 지난 1일 1차 구속 영장 심사에서 기각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경정) 뿐만 아니라 용산구청의 안전건설교통국장·재난안전과 등 5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역 축제의 사고 예방과 수습에 1차적인 법적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의 과실을 정조준한 것이다. 경찰의 신청을 받는 즉시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던 1차 청구 때와 달리 검찰은 특수본에 일부 피의자에 대해 영장신청을 반려하는 등 이틀 동안 영장 청구서 작성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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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박희영 구청장 등 용산구청 책임자 일괄 영장 신청
특수본은 지난 19일 오전 이 전 서장과 송 경정 외에 박 구청장, 문인환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재난안전과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서장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외에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최 과장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은 20일 오후 8시쯤 서울서부지법에 문 국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영장 청구서를 접수했다.
검찰은 구속 영장 발부에 신중한 영장전담판사를 의식한 듯 약 30시간 가량 영장 청구서를 가다듬으며 문 국장에 대해서는 특수본에 혐의 추가 입증을 위해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특수본에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의 안전 관리 책임이 용산구청에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조례나 근거를 추가하고 일부 사실 관계 확인을 경찰에 재차 요구하며 청구서의 완성도를 높이느라 애를 썼다.
특수본은 경찰에 초점을 맞췄던 1차 영장 신청과 달리 용산구청의 안전사고 예방·수습 책임이 있는 지휘 라인을 2차 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태원 사고의 전후로 경찰·소방과 용산구청 등 각 기관이 각각 저지른 과실이 모여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에 맞춰 우선 용산구청 관계자들을 경찰 관계자들과 한 데 묶은 것이다. 특수본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용산구청의 책임자들의 ▶부실한 핼러윈 안전 대책 수립 ▶부적절한 사고 대응 ▶핸드폰 교체 등 사후 증거인멸 시도 등을 거론하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주장했다.
영장 청구서에는 사고 직후 박 구청장의 “사전 현장 점검을 두 차례 했다”는 말이 거짓말로 드러났다는 점과 개인 용무로 고향인 경남 의령군에 갔던 일정을 포함해 사고 당일 동선에 대해 수차례 말을 바꾸며 책임 회피를 시도했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한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이태원 사고 후 약 일주일 만에 휴대전화를 바꾼 것 등을 거론하며 증거인멸의 우려도 지적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박 구청장의 교체 전 핸드폰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했다”라며 “본인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자체는 범죄에 성립하지 않아 혐의에 추가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사고가 일어난 시간에 지인들과 술을 먹고 있었으며 사고 소식을 수차례 전파받고도 해야할 조치를 하지 않고 다음날 오전에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최 과장에게만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배경에 대해 사고 전 예방 조치 부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임재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법원 문턱 넘을까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보강 수사를 마치는 대로 신청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초동 대응 부실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보강 수사를 이어왔다. 개별 희생자의 구체적인 사망 시각과 최 서장의 현장 도착·지휘권 선언 시각을 비교해 추가로 발생한 희생자 규모를 추산 중이다. 무정차 지시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이태원역장에 대해서는 역사 밖 안전 사고에 대해 책임과 과실을 물을 수 있는지를 따져 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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