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서 112상황실장, 참사 당일 "언론 응대"... 상황실에 없었다 [이태원참사_기록]
[소중한 기자]
▲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 권우성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출입기자단에 '핼러윈 주말 관련 용산서 동행 취재'란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핼러윈 주말 관련 용산서 동행취재]
핼러윈 관련, 용산서 취재 문의가 많이 오고 있어 동행취재 일시 및 장소와 언론창구 일원화를 아래와 같이 하였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시 - 2022년 10월 29일 (토) 20:00 ~ (약 2시간 예정되오나, 취재 끝나는 시간은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
장소 - 이태원파출소 (정문 앞으로 모이시면 용산서 112실장이 응대)
언론창구 - 용산서 112실장 경정 송병주 010-XXXX-XXXX
신고 이어지는데 "인파 인도로 올려라" 반복
▲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서울경찰청이 기자단에 공지한 문자메시지 내용. (서울경찰청이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 |
ⓒ 윤건영 의원실 |
▲ 이태원 참사 당일(10월 29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일지. 토요일이었던 이날 근무일지에 상황실장과 상황관리관으로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경정)의 이름이 적혀 있다. |
ⓒ 윤건영 의원실 |
아래는 ▲국정조사특위의 더불어민주당 측이 확보한 용산경찰서 무전망 녹취록 중 송 경정의 지시와 ▲경찰청이 지난 11월 1일 공개한 112신고의 시간 및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112신고 : 오후 6시 34분 "압사 당할 거 같아요.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송 경정 무전 : 오후 7시 5분 "인파가 차도로 나오는 거,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 보내 주세요."
송 경정 무전 : 오후 7시 59분 "인도에서 차도 쪽으로 나와서 이동하는 인파들 경고.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다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람."
112신고 : 오후 8시 9분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112신고 : 오후 8시 22분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송 경정 무전 : 오후 8시 48분 "1명 파출소 정문 건너편으로 이동시켜서 그쪽 라인에 차도로 나와 있는 인파들 무단횡단 조치 바람."
송 경정 무전 : 오후 8시 50분 "건너편 차도 쪽 인파 경고. 무단횡단 못 하도록 조치."
112신고 : 오후 8시 53분 112신고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 거의."
112신고 : 오후 9시 112신고 "지금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112신고 : 오후 9시 2분 112신고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112신고 : 오후 9시 7분 112신고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거든요."
112신고 : 오후 9시 10분 112신고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10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 쪽으로 가서 인파 관리 바랍니다."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22분 "순간적으로 인파가 많아서 차선을 하나밖에 확보를 못했음. 경(찰병)력이 밀어서 (차선) 1개 반 확보했음."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23분 "하위차로에 교통순찰차를 아예 고정배치해서 인파들이 나오지 않도록 차량으로 관리해주기 바랍니다."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26분 "차로에 나와 있는 인파들 지속적으로 인도 쪽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112신고 : 오후 9시 51분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용산경찰서 무전망에 인파를 인도 쪽이 아닌 차도 쪽으로 유도하라는 지시(용산경찰서장)가 처음 나온 건 오후 11시 9분이었다. 이미 참사 발생(오후 10시 15분) 후 1시간 가까이 지난 때였다.
▲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1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 청장은 이날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
ⓒ 유성호 |
이어 윤 의원은 "언론 대응은 다른 과장급이 맡아서 해도 되는 임무다. 굳이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을 센터장으로 해 언론 대응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근무 시간에 외부로 나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12종합상황실장의 이석을 누가 지시하고 허가했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리를 비운 112종합상황실장과 이를 허가한 사람 모두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지시한 자가 어떤 이유로 지시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당일 송 경정은 언론 응대보다는 상황관리관의 역할로 (이태원에) 갔다. 언론 응대만 하러 갔다면 기자 분들만 만났을 건데 그렇지 않고 무전 지시도 한 것"이라며 "중요한 일이 발생하면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진출해 지휘하기도 한다"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에게 공지한 문자메시지에 송 경정이 언론 창구로 적혀 있는 것을 두고는 "언론 창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라며 "송 경정은 언론 응대를 하러 나간 건 아니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송 경정은 전화·문자를 통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송 경정은 이태원 참사 당시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경찰 특별수사본부(아래 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1일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 경정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지난 5일 이를 기각했다. 특수본은 두 사람을 상대로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도 당시 상황실에 부재한 것으로 확인돼 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소노동자 부천 양씨와 김포 정씨의 차이, 왜 생겼을까
- 윤석열 정부 8개월, 다시 들끓는 광주
- 분노 쏟아낸 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 사과 따위 필요 없다"
- 정부·여당 공세에 고개 숙였다? YTN이 '유감' 표하지 않은 것
- 이태원 참사,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 수학도 영어도 아닌 '일상'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 새벽 눈-비 도로 결빙... 버스 미끄러지고 14중 추돌사고까지
- 원자재값 올려달랬더니…돌아온건 계약해지 '갑질'
- 비공개로 청년 만난 윤 대통령 "3대개혁 중 1순위는 노동"
- 국힘 '노조 깜깜이 회계방지법', 또 다른 노조혐오 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