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서 112상황실장, 참사 당일 "언론 응대"... 상황실에 없었다 [이태원참사_기록]

소중한 2022. 12. 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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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대응위해 이태원 나가... "인도 위로 인파 올리라" 무전만

[소중한 기자]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10월 29일) 상황실에 부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소 단속 등에 대한 언론 응대를 위해 이태원에 나가 있었던 그는 참사를 예견한 신고가 쏟아지는 중에도 무전으로 "차도로 나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리라"는 지시만 이어갔다. 112 신고 내용을 토대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상황실을 비워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출입기자단에 '핼러윈 주말 관련 용산서 동행 취재'란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엔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경정)이 언론 창구로 나와 있고, 실제로 송 경정은 참사 당일 언론 응대를 위해 이태원에 나가 있었다. 아래는 10월 27일 서울경찰청이 기자단에 전송한 문자메시지다.
 
[핼러윈 주말 관련 용산서 동행취재]
핼러윈 관련, 용산서 취재 문의가 많이 오고 있어 동행취재 일시 및 장소와 언론창구 일원화를 아래와 같이 하였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시 - 2022년 10월 29일 (토) 20:00 ~ (약 2시간 예정되오나, 취재 끝나는 시간은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
장소 - 이태원파출소 (정문 앞으로 모이시면 용산서 112실장이 응대)
언론창구 - 용산서 112실장 경정 송병주 010-XXXX-XXXX
 
신고 이어지는데 "인파 인도로 올려라" 반복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서울경찰청이 기자단에 공지한 문자메시지 내용. (서울경찰청이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
ⓒ 윤건영 의원실
 
 이태원 참사 당일(10월 29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일지. 토요일이었던 이날 근무일지에 상황실장과 상황관리관으로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경정)의 이름이 적혀 있다.
ⓒ 윤건영 의원실
참사 당일 상황실이 아닌 이태원에 있던 송 경정은 무전을 통해 참사 현장 인근을 거론하며 '차도 쪽으로 밀려 나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리라'는 취지로 반복해 지시했다. 이런 지시는 오후 7시 5분부터 오후 9시 26분까지 최소 여덟 차례 이어졌다. 이때는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첫 112신고(오후 6시 34분)를 비롯해 총 여덟 차례 신고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아래는 ▲국정조사특위의 더불어민주당 측이 확보한 용산경찰서 무전망 녹취록 중 송 경정의 지시와 ▲경찰청이 지난 11월 1일 공개한 112신고의 시간 및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112신고 : 오후 6시 34분 "압사 당할 거 같아요.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송 경정 무전 : 오후 7시 5분 "인파가 차도로 나오는 거,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 보내 주세요."
송 경정 무전 : 오후 7시 59분 "인도에서 차도 쪽으로 나와서 이동하는 인파들 경고.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다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람."

112신고 : 오후 8시 9분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112신고 : 오후 8시 22분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송 경정 무전 : 오후 8시 48분 "1명 파출소 정문 건너편으로 이동시켜서 그쪽 라인에 차도로 나와 있는 인파들 무단횡단 조치 바람."
송 경정 무전 : 오후 8시 50분 "건너편 차도 쪽 인파 경고. 무단횡단 못 하도록 조치."

112신고 : 오후 8시 53분 112신고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 거의."
112신고 : 오후 9시 112신고 "지금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112신고 : 오후 9시 2분 112신고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112신고 : 오후 9시 7분 112신고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거든요."
112신고 : 오후 9시 10분 112신고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10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 쪽으로 가서 인파 관리 바랍니다."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22분 "순간적으로 인파가 많아서 차선을 하나밖에 확보를 못했음. 경(찰병)력이 밀어서 (차선) 1개 반 확보했음."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23분 "하위차로에 교통순찰차를 아예 고정배치해서 인파들이 나오지 않도록 차량으로 관리해주기 바랍니다."
송 경정 무전 : 오후 9시 26분 "차로에 나와 있는 인파들 지속적으로 인도 쪽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112신고 : 오후 9시 51분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용산경찰서 무전망에 인파를 인도 쪽이 아닌 차도 쪽으로 유도하라는 지시(용산경찰서장)가 처음 나온 건 오후 11시 9분이었다. 이미 참사 발생(오후 10시 15분) 후 1시간 가까이 지난 때였다.

윤건영 "112상황실장 이석, 누가 지시하고 왜 허가했나"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1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 청장은 이날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 유성호
윤건영 의원은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히 조치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긴급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해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의 몫"이라며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신고에 대한 판단과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언론 대응은 다른 과장급이 맡아서 해도 되는 임무다. 굳이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을 센터장으로 해 언론 대응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근무 시간에 외부로 나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12종합상황실장의 이석을 누가 지시하고 허가했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리를 비운 112종합상황실장과 이를 허가한 사람 모두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지시한 자가 어떤 이유로 지시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당일 송 경정은 언론 응대보다는 상황관리관의 역할로 (이태원에) 갔다. 언론 응대만 하러 갔다면 기자 분들만 만났을 건데 그렇지 않고 무전 지시도 한 것"이라며 "중요한 일이 발생하면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진출해 지휘하기도 한다"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에게 공지한 문자메시지에 송 경정이 언론 창구로 적혀 있는 것을 두고는 "언론 창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라며 "송 경정은 언론 응대를 하러 나간 건 아니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송 경정은 전화·문자를 통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송 경정은 이태원 참사 당시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경찰 특별수사본부(아래 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1일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 경정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지난 5일 이를 기각했다. 특수본은 두 사람을 상대로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도 당시 상황실에 부재한 것으로 확인돼 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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