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vs 3.75%…"최종 금리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미리보는 2023 통화정책]
[한국경제TV 김보미 기자·전민정 기자]
<앵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에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먼저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치인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내년 통화정책방향이 `물가안정`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한때 6%대를 오갈 정도로 치솟던 물가가 내년엔 내려가는 모양새를 보이겠지만, 둔화 속도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에서입니다.
국제유가는 낮아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유가 오름세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
내년 전기요금도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반영되면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전망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넉달 째 상승폭을 키우며 당분간 5% 안팎의 고물가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박은 이 총재는 내년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국내외 경기둔화 폭 확대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은 물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어려워지거나 하반기에도 흐름이 좋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내년 경기 전망을 1.7%로 하고 있고, 특히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만큼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보더라인(borderline, 경계선)에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물가와 경기흐름 모두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예상했던 `연 3.5%`라는 최종 금리 수준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인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선 다음 달, 새해 첫 금통위에서 논의할 예정. 미 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까지 감안한 정교한 대응전략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앵커>
앞으로의 통화정책 흐름,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심층 분석합니다.
김 기자.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이냐일텐데, 오늘 힌트가 될만한 발언이 나왔다고요?
<기자>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의견은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3.5%보다 최종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일부 열어둔 것인데요.
이 총재는 오늘 이 부분에 대해서 사실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 변화가 있다면 1월 금통위에서 설명하겠다”라면서 매듭을 지었거든요.
그만큼 시장 변화에 맞춰 긴밀하게,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또 한때 이 총재의 포워드가이던스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서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앵커>
‘시장 상황이 변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시장 상황 어떤 것들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크게 보면 3가지입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가 감지되고 있느냐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그리고 △경기침체 시그널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부분인데요.
우선 첫 번째,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입니다.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최종금리 전망치 연 3.5~3.75%을 크게 바꿀 정도로 큰 이슈가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연준이 이번 12월 FOMC에서 내년 말 최종금리 수준을 4.6%에서 5.1%로 상향조정하긴 했는데요.
이 부분은 이미 지난 11월 초에, 즉 우리나라 11월 금통위가 열리기 전이었죠.
이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에 이미 힌트를 줬습니다.
다시 말해 11월 금통위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때, 이러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재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는 물가가 되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전민정 기자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한국은행은 “내년에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점 낮아지긴 하겠지만, 여전히 물가 목표치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물가 오름세가 얼마나 빨리 둔화될 것이냐, 이 속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는데요.
자료화면으로 물가 예측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나가고 있는데, 사실 한치 앞을 명확히 내다보기 힘든 부분들입니다.
또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상쇄돼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중요한 것은 물가 안정화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금리의 추가인상폭이 시장예상치보다 더 커지거나 아니면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겠죠.
그래서 이번에 이창용 총재가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이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는데 경기침체냐 아니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1%대 경제성장률.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과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이미 각종 지표로도 확인이 되고 있죠.
올해 3월부터 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나날이 물가는 오르는데,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면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카드 사용액, 백화점 매출액 등 이렇게 내수지표가 가라앉고 있는데요.
다만, 이 총재는 경기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에 있기 때문에 섣불리 금리 인하를 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을 나타냈습니다.
금리인하는 물가상승률이 중장기적으로 목표치인 2%에 수렴하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가 둔화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설령 금리인상 기조가 멈춘다 하더라도 인하로 돌아서기까지는 내년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사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 우리가 침체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1.7%면 침체까지는 아닌데, 문제는 1.7%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겠죠.
<앵커>
경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거든요.
그 와중에 가계와 기업들 이자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는 0.5%에서 3.25%로 2.75%p 올랐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차주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만 평균 180만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평균치이고요.
실제로는 주택담보대출만 하더라도 금리가 3%대에서 6%대로 2배 가까이 오른 차주들이 상당합니다.
만약에 30년 만기로 5억원을 대출받은 차주라면 한달 원리금만 210만원에서 299만원으로 이미 90만원 가량 더 늘어난 상황인데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기준, 대출금리 연 3%→6% 가정 시)
당국이 은행권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과도하게 금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긴 하지만, 당장 다음달에 0.25 혹은 0.5%p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되어있죠.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것만큼은 은행권에서도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에 차주들의 부담은 여기에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기자>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흑자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대비 3.9%를 기록했지만, 대출이자비용이 같은 기간 20.3% 늘면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인데요.
기업대출의 경우 신용도에 따라 무보증 대출이 주로 이뤄지다보니, 금리 부담이 가계에 비해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확대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전이었던 지난해 7월과 비교했을 때 최소 3%p 이상 올랐는데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연장되긴 했지만 내년 9월 만료를 앞두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나 세제 지원 등과 같은 연착륙 지원 조치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심층 분석했습니다.
김보미 기자·전민정 기자 bm0626@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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