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쏟아낸 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 사과 따위 필요 없다" [이태원 압사 참사]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지연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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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종철 대표는 "우리의 (대통령 사과) 시한은 12월 16일, 우리 아이들의 49재, 하늘로 올라가서 다시 환생한다는 49일 그때까지였다"라며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 이제 저희는 저희 아이들을 고스란히 추모하는 데 의미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고 이주영씨의 부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도 "대통령실에서 저희가 요구서를 전달한 사항에 대해서 답변은 없었다"라며 "너무나 철저히 저희를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계속 기다려 왔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기다린다"라며, 향후 여권의 국정조사 참여 여부와 태도를 지켜본 뒤 "그 결과가 부진하거나 전혀 저희가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 이제 저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정민 부대표는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저희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서 이 정부에 항의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을 것을 여기서 틀림없이 밝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정조사특별위원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 선 유가족들은 하나같이 지친 표정이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조속히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민의힘 인사들의 망언과 이를 계기로 일부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2차 가해를 일으키는 데 대한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 녹사평역 인근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를 방문해줄 것과, 조금 더 나은 분향소를 장만해달라고도 요구했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전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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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예정된 간담회 시간보다 미리 회의실에 도착해 유가족을 기다렸다. 회의실로 들어오는 유가족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희생자를 향한 짧은 묵념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취재진 앞에 공개된 시간 동안, 국민의힘은 유가족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두발언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는 "제가 아무리 같이 슬퍼하고 비통해해도 여러분들 마음을 십 분의 일이라도 이해하기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고 몇 번 다짐했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서 슬프기도 하고, 우리 국회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닌가 반성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든, 국정조사든 그리고 나중에 필요하다면 특별검사"까지 언급하며 "진작 여러분 뵙고 말씀 듣고 해야 했지만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오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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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부대표 또한 "저희 유가족들 중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라며 "그런데 그분들이 지금 너무나 비참하고 실망하셨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당이 이렇게 철저히 외면할 줄 몰랐다"라고 원망했다.
특히 "여러 국회의원들과 여당에 계신 분들은, 저희 주위에 시민단체나 여러 반정부 조직들이 결합해서 저희가 그런 거에 물들어서 뭐, 그렇게 왜곡되고 변질될 것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라며 "그런데 저희는 그런 정치를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유가족협의회와 함께하는 시민대책위원회를 공격한 걸 꼬집은 셈이다(관련 기사: 또 터진 국힘 '망언'... "시민대책위, '이태원 참사 영업' 우려").
이 부대표는 "저희가 어렵고 힘들고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이 저희에게 최고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분들이 저희에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며 "정작 그런 것이 염려스럽고 우려된다면, 먼저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주셔야지, 손 잡아주시고 이끌어주셔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종철 대표는 '신자유연대'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는 "어제 '지한이 엄마가 시체 팔아서 돈 벌려고 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해서, 지한이 엄마가 기절했다"라고 전했다. 보수 성향의 단체가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그룹인만큼, 여당에서 직접 나서서 이들이 유가족들을 면전에서 비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였다.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미선씨 역시 "의원들이 심하게 말씀하시면, 그거에 힘입어서 지지하시는 분들이 10배로 우리에게 갚아준다"라며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막고 있다. 몸으로 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게 다 우리의 업보가 돼 가슴이 아프다"라며 "제발 서운한 마음을 접어주시라"라고 국민의힘에 당부했다.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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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결국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에 복귀하기로
유가족들의 핵심 요구는 국민의힘의 국정조사특위 복귀였다. 이종철 대표는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 회의인가?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뭐하시는 건가?"라며 "저희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인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특위까지 연계된 데 대해 "애들 장난인가, 국회가? 우리가 그렇게 우습나?"라며 "시장판인가 여기가?"라는 분노였다.
그는 "저희가 다 죽어야 당신들 움직이나? 아니면 다 죽어야, 그때 가서야 발 뻗고 잘 건가?"라며 "이런 비참한 일,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라고 우리 국민들이 당신들을 대표해서 뽑았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내일(21일)이라고 국조특위에 "원대 복귀해달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지연에 항의하는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진정시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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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부대표는 "(국민의힘이)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게끔 방해를 하거나,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저희는 밖으로 나가겠다"라며 "그때는 철저하게 여당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하시던 그런 모습들을 보시게 될 거다"라고 날을 세웠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두렵지 않다. 저희가 이제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라는 경고였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장 안에서는 이따금 고성과 울음소리가 오갔다. 중간에 이석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목은 잠겨 있었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절박한 유가족의 요구를 더는 무시하지 못했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정부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던 국민의힘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유가족협의회 간담회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 여러분의 애끓는 마음을 위로하고 무엇보다 유가족과의 지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달라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사의) 철회 권유의 말씀이 있었다"라며 "국민의힘 국조위원 일동은 야당의 일방적인 국정조사로 인한 정쟁화를 막고 참사의 진상과 책임 규명,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국정조사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국정조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 이만희 간사(오른쪽) 등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국민의힘 위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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