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기회 찾는 일산…“재건축 난망” 문촌16·강선14 리모델링 GO

2022. 12. 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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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16단지뉴삼익아파트는 일산신도시에서 리모델링 대표 단지로 꼽힌다. (윤관식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주엽역’ 2번 출구로 나와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면 녹지공원과 함께한 양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역을 뒤로하고 오른쪽은 문촌마을16단지뉴삼익아파트, 왼쪽은 강선마을14단지두산아파트다. 두 곳은 요즘 일산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는 단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인 일산에서 리모델링을 대표하는 단지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5월 두 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사업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는 문의가 조금씩 들어온다”며 “1기 신도시인 일산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중층으로 구성돼 용적률이 높은 편이다. 신도시 특별법 등도 지지부진해 처음에는 재건축을 고민했던 단지도 결국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분당과 함께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꼽히는 일산 내 여러 아파트 단지들이 주택 시장 침체 속에서 리모델링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일산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만 10곳에 달한다. 당초 일산 내 일부 단지들은 ‘신도시 특별법’을 등에 업고 재건축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일부 단지는 재건축 안전진단마저 통과하지 못해 상당수 다른 단지들은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리모델링 확대하는 일산

시공사 선정에 안전진단까지

일산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가장 활발한 단지는 강선마을14단지와 문촌마을16단지다.

강선마을14단지는 시공자 선정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최근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조합 측은 “2023년 1월 7일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해 시공자 선정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내년 말 건축심의, 2024년 상반기 이주 등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선마을14단지는 지난 9월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1차 안전진단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 절차에서 조합설립인가 직후 단계에 해당한다. A~E등급 중 C등급 이상을 받으면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다. 일산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안전진단 단계에 돌입한 첫 단지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강선마을14단지는 현재 지상 25층, 9개동, 792가구 규모에서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지상 26층, 9개동, 910가구로 거듭난다. 주차 가능 대수는 684대에서 1350대로 대폭 늘어나며 용적률은 182.8%에서 249.9%로 증가한다. 다만 용적률의 경우 사업 계획 작성 이후 고양시의 조례 개정으로 법적 상한 용적률이 250%에서 300%로 늘어났기 때문에 추후 사업 계획 변경을 통해 300%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

강선마을14단지는 지하철 3호선 주엽역과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다. 주변에는 백암공원, 주엽공원, 홈플러스, 그랜드백화점, 대우시티프라자, 레이크쇼핑타운 등 편의시설 이용이 쉽다. 교육시설은 한류초, 강선초, 주엽초, 발산중, 경기영상과학고 등이 있다.

문촌마을16단지 역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곳은 1994년에 지어져 올해 준공 28년 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 선정 이후 5월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3개월 만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평 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956가구에서 1099가구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143가구다.

문촌마을16단지는 한때 일부 주민이 단지 내 리모델링 반대 전단지를 배포하고 시공사 선정 총회 거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총회에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하며 시공사 선정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

리모델링 추진 소식과 함께 문촌마을16단지 가격은 많이 올랐다. 지난 6월 전용 67㎡는 7억원에 거래됐지만 3개월 후인 9월에는 같은 면적의 물건이 8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8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고점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주엽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조합설립을 마친 후 사업이 본격화된 단지에서도 일부 반대 움직임은 있지만 사업 추진은 예정대로 되고 있다”며 “1~2곳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는 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일부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재건축 추진파는 조금씩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먼저 대형 건설사가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 뛰어든 게 분위기를 바꿨다. 강선마을14단지는 현대건설, 문촌마을16단지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리모델링은 중견 건설사 쌍용의 주력 분야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양상이다.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 등이 잇따라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만들면서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리모델링만으로도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양시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 역시 사업 추진에 동력이 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2월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을 250%, 3종 일반주거지역은 300%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 수립이 늦어지면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8·16 공급 대책을 통해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실현될 것처럼 보였던 마스터플랜 수립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실망한 주민들이 많다”며 “재건축 추진 시기가 늦춰지면서 일산에서도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일산 1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백석동 백송마을풍림삼호(5단지)가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한 것 또한 주요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송마을풍림삼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고양시로부터 예비안전진단 결과 정밀안전진단이 불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백송마을풍림삼호는 예비안전진단에서 A~E 평가 등급(통과 기준 D 이하) 중 구조 안전성 C, 건축 마감과 설비 노후도 C, 주거 환경 D를 받았다. 주차 공간 부족 등으로 살기 불편한 점이 있지만 구조적 결함이 없어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러 이유로 인해 일산에서는 더 이상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보다 리모델링이라도 추진하겠다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문촌마을16단지와 강선마을14단지 외에도 1995년 준공한 별빛마을8단지(1232가구)는 고양시에서 세 번째로 리모델링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했다. 현재 리모델링 조합설립 조건인 동의율 66.7%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2023년 1분기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은 규제 완화의 정도나 시기, 단지별 재건축 순서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있다”며 “아직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은 단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정부 발표를 기다릴 수 있겠지만 현재 추진 중인 단지는 큰 변동 없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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