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적고, 분쟁 잦은 나라여서…“이스라엘 혁신의 비결은 ‘필요’”

최선을 2022. 12. 2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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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 심포지엄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 기조강연
“정부와 학계, 벤처캐피털, 군(軍)이 함께 참여
지속적인 경제 성장 위해 창업 생태계 확장 중”
스콧 스턴 MIT 교수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서울대가 주관한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이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이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혁신창업 전략과 성과란 주제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스라엘이 ‘스타트업네이션(창업국가·Start-up Nation)’이 된 비결은 ‘필요’에 있습니다. 인구는 적고, 자원은 없고, 주변국과 갈등이 잦은 나라에서 사고의 틀을 전환해 ‘혁신’에 힘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 정부는 스타트업의 성과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스케일업네이션(Scale-up Nation)’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 혁신청 의장은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약 900만 명으로 서울보다 적고, 석유 같은 천연자원도 거의 없다. 중동 국가에 둘러싸여 지정학적 조건도 불리하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 수가 100여 개로 미국·중국 다음이다. 아펠바움 의장은 “천연자원이 부족하면 난방을 위해 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발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서울대가 주관한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이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5.4%로 세계 1위다. 한국은 4.8%로 2위다. OECD 국가 평균은 2.7%이며 미국도 3.5%에 그친다. 아펠바움 의장은 “이스라엘에는 총 478개의 다국적 R&D 센터가 있을 정도로 외국인의 투자가 활발하다”며 “이제는 경제 성장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스케일업네이션을 위해 투자와 규제 혁신을 강조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관장하는 정부 기구인 혁신청을 두고 R&D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신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규제 혁신 등 세 가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펠바움 의장은 “자금을 무작정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 프로그램을 통해 중립적으로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청은 위험 요소가 크거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해 민간에서 투자를 주저하는 분야에서 마중물 역할을 한다. 혁신 기술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의미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비용은 정부와 지원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아펠바움 의장은 “이스라엘의 혁신 경제 시스템은 정부와 학계, 벤처캐피털, 군(軍) 등이 참여해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서울대가 주관한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이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스콧 스턴 미국 MIT 대학 교수가 'MIT대학의 기술 혁신 창업 모델과 성과'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스콧 스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슬로언스쿨) 교수는 발표자로 나서 혁신 주도형 기업 생태계를 가속화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강조했다. 스턴 교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이해관계자, 체계, 전략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그중에서도 이해관계자와 소통은 보통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MIT 기업가정신센터는 10년 전 ‘지역 기업가정신 강화 프로그램(REAP)’을 만들어 각국의 창업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정부·기업·학계·금융 부문 등이 참여하는 국가별 컨소시엄을 만들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스턴 교수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존의 시도는 왜 실패했을까’ 등을 끊임없이 서로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스턴 교수는 “1970년대 MIT 캠퍼스 주변은 황량했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 잡아 혁신 기업의 중심지로 변모했다”며 “이런 엄청난 전환은 하나의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이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가와 학생, 교수들이 모두 모여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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