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이순재, 연출+연기…"고전의 메시지, 시대 초월" (갈매기)[종합]

김현정 기자 2022. 12.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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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이순재가 연출로 나선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가 21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과 처절한 갈등, 인간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전한다.

‘가을 소나타’(1988) 이후 34년 만에 연출을 맡은 것을 비롯해 무대에도 서는 이순재는 20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한 연극 ‘갈매기’ 프레스콜에서 "연출과 쏘린 배역을 맡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순재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극장이 크고 외져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안톤 체홉의 작품을 원작 그대로 한다"라고 밝혔다.

이순재는 "연극은 배우가 살아야 한다. 배우의 예술이라고 했다. 등장하는 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고 작품에 담긴 메시지, 철학, 사상, 문학을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함으로써 작품의 의미와 목적이 전달된다.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부 최선을 다해 사명감을 갖고 연습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라며 개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안톤 체홉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이 이순재의 버킷리스트였다고 한다.

이순재는 "안톤 체홉하면 세계 4대 문호 중 하나다. 단순한 작가가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의학, 천문, 지리 다 꿰뚫는 작가다. 해박한 지식에서 나온 산물이 체홉의 작품이다. 4대 희곡이며 비극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갈매기'는 안톤 체홉이 30대 때 쓴 작품이다. 배우의 연기도 사실적이고 꾸밈 없이 진솔하게 전달한다. 50, 60년대에는 이념적으로 오해받을까봐 잘 다루지 못했다. 이 작품은 깊이가 있고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이다. 체홉이 서민에게 느낀 연민, 귀족 사회 붕괴, 몰락에 대해 개혁을 계속 주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재는 "'갈매기'의 마지막 대사가 '난 갈매기다. 당신이 총으로 쏴죽인 갈매기, 심심풀이 작품의 소재로 쓰인 갈매기'다. 이 체제 안에서는 젊은이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한다. 니나가 원대한 꿈을 꾸고 성장하지만 기성세대에 의해 좌절한다.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없는 갈매기다. 이 체제 안에서는 젊은이의 미래도 없으니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은연 중에 체홉이 주장한다"라며 '갈매기'의 의미를 전했다.


고전의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현재에도 통한다.

이순재는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다. 우리가 지금도 셰익스피어를 숭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문학적 가치로 보는 방법, 철학적 개념, 사상적 배경으로 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그 나라, 그 시대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주어지는 메시지가 있다. 재정 러시아 말기에 쓰인 작품이다. 최악의 정권이다. 서민의 삶의 어려움. 농민 봉기가 일어났다. 상황이 열악했고 민중은 가난에 허덕였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체제 안에서 고뇌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항나, 소유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이자 젊은 유명작가와 사랑에 빠진 아르까지나 역을 맡았다.

'리어왕'에 이어 이순재와 또 함께하는 소유진은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보다도 이순재 선생님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애정을 내비쳤다.

그는 "'리어왕' 때도 함께 했는데 이번에 '갈매기'를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자석처럼 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 공간에 있는 게 너무 벅차고 행복하다. 내가 왜 그럴까 생각했더니 아버지가 연세가 정말 많으셨는데 아버지도 이순재 선생님처럼 너무 멋있었다. 같이 있으면 펀안하고 좋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갈매기'도 대학교 때부터 전공 수업 때부터 엄청 많이 다뤄 친숙한 작품이다. 이순재 선생님이 연출하신다길래 나도 함께 하고 싶어 출연하게 됐다. 너무 좋은 선후배님들을 만나게 돼 행복한 연습을 거쳤다. 내일 첫 공연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오만석, 권해성은 아르까지나의 연인이자 유명한 작가로 한 순간의 욕망으로 어긋난 사랑을 선택하지만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뜨리고린을 연기한다.

18년 만에 '갈매기'에 출연한 오만석은 "아무래도 18년 전에는 체제를 뒤엎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들어가 있는 대표적인 인물인 뜨레블례프를 연기하느라 내 기질도 그랬다. 이번에는 기성세대의 대표격을 하게 됐다. 물론 나름의 고민은 많지만 스스로도 내가 어느새 기성세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한 가지 공통점은 음식이나 물체는 곱씹으면 사라지는데 이 작품은 곱씹을수록 진한 향이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 찾아지고 하고 싶은 게 발견되는 걸 보면 참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실감한다"며 끄떡였다.

작가를 꿈꾸지만 주변에 인정받지 못하고 어긋난 사랑으로 고뇌하는 뜨레블례프 역에는 정동화, 권화운이 캐스팅됐다.

정동화는 "해마다 때가 되면 올라오는 작품이 있다. 이런 고전은 프로덕션 규모도 그렇고 배우 캐스팅도 그렇고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순재 선생님을 필두로 대단한 배우들과 프로덕션, 창작진이 모이는 기회가 흔치 않아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언제 한국에서 올라올 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이번 '갈매기'를 보러 와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갈매기'의 관전 포인트도 짚었다. "이 극장과 너무 잘 어울린다. 여기는 사실 러시아다. 러시아를 통째로 옮겨왔다고 생각한다. 이 극장에서 '갈매기'를 즐기는 게 비단 연극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시대 그 나라에 들어가 그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놀라운 마법이 벌어질 거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진지희, 김서안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아름다운 니나로 분했다.

첫 연극에 도전한 진지희는 "너무 좋은 선배님들, 선생님들의 사랑과 가르침을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할 정도다.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선배님들과 같이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선생님들의 눈빛만 봐도 나도 모르게 의지돼 함께하는 것 같다. 그만큼 너무 행복하다. 떨리고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며 설렘을 내비쳤다.

주호성은 연출 이순재와 함께 아르까지나의 오빠이자 대지주인 쏘린으로 출연한다.

주호성은 "존경하는 이순재 선배님의 언더스터디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호성은 "존경하는 이순재 선배가 연기를 지도할 때 일일이 지적하는 건 별로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자주 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부분들은 말해주셨고 작품 전체 가닥을 말해줬는데 성격을 어떻게 잡는지는 말씀을 안 했다. 연극이 배우의 예술, 성격 창조의 예술이어서 배우가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 봐야 한다. 이순재 선배님 것도 반드시 보고 주호성 내지는 오만석, 김수로 등 더블 캐스팅 배역은 두 번 이상 봐야 감명이 다를 거다"라고 당부했다.

쏘린의 주치의 도른 역은 김수로, 이윤건이 열연한다.

김수로는 "고전을 너무 좋아하고 많이 해왔다. 창작극보다 고전이 힘들다. '갈매기'를 살면서 20회 정도 봤다. 난 언제 저런 배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도른을 맡고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검사를 많이 받고 상의도 많이 드렸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통 고전을 만들 때 공연 당일에 굉장히 좋아지고 3일 전, 일주일 전에 좋아지는데 우리는 연습을 일찍 시작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 더블과 상의도 하고 각자 색채가 다 다르다. 이 배우들을 다 보면 고전의 향연이 훨씬 풍성해질 거로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 각자 연기에 있어 디테일이 다르다 보니 맛있게 다가온다. 공연이 내일부터인데 각자 최선을 다해 관객에게 좋은 평을 얻기를 바란다"라며 바람을 전했다.

영지 관리인 샤므라예프 역에는 강성진, 이계구가 맡는다. 샤므라예프 부인 뽈리나 역은 이경실, 고수희가 함께한다.

이경실은 "많은 연기자들의 진솔한 연기룰 보러 온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며, 고수희는 "이번에 놓치면 두 번 다시 이렇게 완성도 높은 '갈매기'를 만날 수 없을 테니 예매 버튼 클릭해달라"고 홍보했다.

12월 21일부터 2023년 2월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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